지리 종주 2일차 (장터목~추성리)
지리 종주 2일차
일 시 : 2010년 5월 9일 (일요일)
산행지 : 지리산 종주 2일차 (장터목 ~ 추성리)
거 리 : 15km (소요시간: 11시간)
시간대별 코스 : 04:05 장터목산장 출발
04:35 제석봉 도착
05:10 천왕봉 도착
06:20 중봉 도착
07:40 하봉 도착
08:30 두류봉 도착
09:25 영룡봉 도착
10:35 1432봉 도착
10:50 국골 좌골 좌측 사태골 진입
11:40 국골 좌골 합수부 진입, 점심식사
12:45 국골 본류 합수부 진입
14:20 추성리 입구 도착, Back
15:05 성안마을 도착
15:30 추성리 강아리수퍼 도착, 산행 종료
장거리 산행의 피곤함 때문인지 깊은 잠에서 깨고 보니 정확히 2시 45분.
배낭을 꾸리고 육개장과 햇반으로 아침 식사 준비를 마치니 3시 30분
옆지기를 깨워 든든히 배를 채우고 일출을 보러 4시 출발...
어스름 달빛 아래 주변은 아직 칠흙과도 같아 새벽이 오는 느낌이 아직 없다.
현재 기온 8.5도, 기압 958hps, 강우확률 20%....
오늘 정해진 산행 코스는 아직 없다.
속으로 생각은 1번 안 : 중봉-하봉-두류봉-국골-추성리
2번 안 : 중봉-하봉-두류봉 -두류능선-추성리
3번 안 : 천왕봉-중산리 하산 (장거리 산행이 힘들 시)
일단 천왕봉을 올라서 생각하기로 한다..
새벽녁 지리산 정기를 받으며 오르는 천왕봉
일출시간이 5시 10분 쯤이니 마음이 급해진다...
거의 광속단의 속도로 이제 내가 산악마라톤을 한다.
하지만 잠시 주변이 밝아지는가 하더니 이내 짙은 구름에 가려 태양은 끝내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 많은 사람 중에 3대를 적선한 사람이 진정 하나도 없다는 말인가?? ㅠㅠ
그나마 어제 삼도봉에서 일출 사진을 찍어 두길 잘했다..
일출은 과감히 포기하고 표지석에서 인증 샷
하산길을 논의 하니, 생각보다 몸이 가볍고, 기분도 좋은 상태라서 3번 안은 포기하고
1번 국골 하산은 조금 무리인듯 하니 2번 안 대로 두류능선을 내려가기로 결정..
중봉으로 출발....
100여명의 산객들 중에 거의 다 중산리로 하산하고, 우리 내외를 포함 달랑 6명만 중봉으로 향한다.
중봉 내림 길에 되돌아 본 천왕봉, 그 위엄있는 장대한 기골...
중봉 이정표에서 인증샷
함께 가던 4명 마저도 써리봉으로 하산하고 하봉 방향으로는 달랑 우리 둘 뿐...
중봉의 금줄을 넘어서 뚜렷한 길을 따라 아침 햇살이 비쳐 내리는 원시의 숲 속으로 스며든다..
중봉에서 내려본 하봉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무.
중봉과 하봉 사잇길은 포근하고, 아름답고 편안한 감동 그 자체다.
아름다운 한국의 숲길에 추천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하봉, 중봉,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동북능선
촛대봉에서 바라 본 칠선골과 창암능선
저 아래 하산지인 추성리도 보이고..
두류봉 인증샷
함양군에서 설치한 표지석의 붉은 글씨가 눈에 거슬려 어느 누군가가 겨울에 눈으로 글씨를 닦았더니 희고 이쁜 글씨가 되었다나 뭐라나...
두류능선은 암릉이 많아 상당히 힘든 구간이다.
여러군데 밧줄을 잡고 올라야하는 난코스도 많다.
아!!
오늘 이 시그날을 보지 말았어야 하는건데...
반가운 마음에 좌측으로 내려선 것이 결국 1번 안의 산행코스인 국골 좌골, 그중에 가장 난코스인 좌측 사태골로 접어들고 말았다.. ㅠㅠ
국골 좌골 중에서 또 좌측 사태골로 내려 선 것이었다.
초반 너덜지대 알바를 30분 이상 고도를 수직으로 내리 꽂더니 바로 아래 사진으로만 봐 왔던 좌골 사태골이 눈 앞에.... 흐이구
이제 뒤로 돌아갈 수도 없고 조심해서 내려 서는 수 밖에...
발을 잠시 헛딛었는데, 어지간한 어른 몸뚱이 만한 바위가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바위 구르는 소리가 온 계곡을 진동 시키니
잠시 혼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쳐다 보았다...
어느 바위 한개도 제 자리를 잡은게 없다..
옆지기 모습이 건계곡 하산 후에 초췌하니 핼쑥해 보인다..ㅋ
"누가 일로 가자 그랬어???" 그런 표정이다. ㅎ
땀께나 쏟고 내려온 국골 좌골 상부 계곡
이제 간간히 물소리도 들리고, 한숨을 돌린다..
내려선 곳을 한 번 올려다 보니 다시 봐도 아찔하다..
물이 보이니 오히려 편안하다.
좌골을 30여분 더 내려서니 국골 본류와 합수점에 닿는다.
여기부터는 뚜렷한 길도 나있어 편안한 숲길로 들어섰다가 계곡 폭포를 왔다 갔다 하면서 고도를 낮춘다..
국골 본류 우측골의 웅장한 폭포는 아니라도, 땀흘린 뒤의 아기자기한 폭포의 전경은 감동의 도가니탕이다...
국골 본류에서 땀도 씻고,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 주린 배를 채우니 세상이 다 내 것과 같다..
배낭을 뒤지니 어제 먹다 남은 소주 반병... ㅎㅎ
아래로 추성리 마을이 보이니 이틀간의 산행을 마무리 하는 싯점에서 이런 황당한 시츄에이션.....
눈 앞에 안만나면 좋을 직원들의 차량이 보였다.
그대로 뒤로 돌아, 다시 길도 없는 능선 하나를 치고 올라 성안 마을로 하산한다...
막판에 무슨 이런 힘든 개고생을 .... 그래도 돈 굳어 기분 만땅.....
성안마을에서 추성리 내려 서는 임도길에서 개인콜택시를 불러 놓고 그사이에 땀도 좀 씻고 바위 위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한다.
택시를 타고 성삼재로 오는 길에 달궁 근처 수달래가 만발한 광경을 보고 청산님께 문자를 보냈다...
"반선 쪽에 수달래가 겁나게 피었습니다..가시면 작품 되겄습니다"
바로 답장 " 지금 근무 중이고, 낼 모래 시험이고....마니 찍어 와..."
아!!
나도 피곤해서 수달래고 머고 기냥 집으로 가고 싶은데 ... 대장이 시키니 해야지..
성삼재에서 이틀만에 차를 회수하여 다시 달궁으로 ....
몇 장 찍었으나 청산님 사진과는 때깔 부터가....
집으로.....
그리고 또 집으로...
후 기 : 봄기운이 움을 트는 대지와 산야에 바람이 분다.
봄바람이 분다.
세상을 얼렸던 북풍의 찬바람이 자리를 내어주니
따스한 봄바람이 지리 끝자락을 파고들 때면
겨우내 움츠렸던 만물이 눈을 뜨고 생동한다.
1박2일의 긴 산행길
별다른 감흥없이 심드렁히 흘러가는 시간의 무의미,
탈출할 통로조차 없는 답답한 도시의 무료함을 뒤로하고,
청정하게 머리 위로 펼쳐진 한없이 깊고 푸른 하늘
작은 구름 한조각도 작은 위로와 안식을 준다.
돌아온 일상은 무거운 몸보다도 몇 배의 즐거움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