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방

한신지곡의 비 내리는 밤 ....

逸 樂 2010. 8. 18. 22:13

 한신지곡의 비 내리는 밤 ...

 

일   시 : 2010년 8월 14~15일 (1박 2일)

산행지 : 지리산 한신지곡

코   스 : 백무동 - 가내소폭포 - 한신지곡 - 천령폭포 - 내림폭포(1박) - 장군바위 - 장터목 - 소지봉 - 참샘 - 백무동

거   리 : 약 14km

 

이틀 연휴다.

산악회 정기산행과도 날짜가 비켜나가니 지리산 비박준비가 착착 진행된다..

 

호사다마라 했던가...

일기예보에 우산이 그려지더니, 급기야 100mm가 어쩌고, 국지성호우가 어쩌고 안좋은 기상이 문제다...

배낭은 완벽하게 꾸려서 거실 한켠에 폼나게 세워 놓고서

지리산으로 강행 할건지, 아니면 마음의 고향 강진으로 남도 문화 답사를 갈건지 혼자 장고에 들어간다...

 

이장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지리산은 비 안온다.. 일욜날 장터목서 만나자..."

갈팡질팡하던 마음에 쐐기를 박고나니 오히려 후련타....  " 그래 간다..."

 

 

 

9시가 넘어서야 집에서 출발하니 백무동에 11시가 넘어서 도착했다...

그런대로 비올 기운은 보이질 않고, 채비를 마치고 애초에 오르려던 작은새골 들머리로 출발..

 

 

작은새골 초입에 도착하여 계곡을 건너려니, 계속 내린 비로 수량이 말도 안되게 불어있어..

신발을 벗어 들고 한시간 정도, 계곡을 위로 아래로 건너 보려하지만 도저히 건널 방법이 없다..

결국 작은새골 산행은 포기하고 좀 더 올라 한신지곡을 오르기로 결정한다..

 

 

한신지곡 들머리인 가내소폭포에서 인증샷

토끼표 귀때기 쌍브이도 함 날려보고...

가내소폭포 수량도 예전보다 많이 불어있다. 

 

 

 

 

 

 

한신지곡 초입도 물이 불어 계곡을 어렵게 치고 오른다.

건너기 힘든 바위 사이는 신발은 벗어들고 건너야했고,  

잠시 휴식 시간, 빠질 수 없는 막걸리 한잔이 산행의 무게를 덜어준다.  

 

 

 

 

 

 

 

 

 

 

 

 

지리의 깊고 깊은 골짜기들이 내린 비로 더욱 깊어지니

성하의 뜨거운 햇살은 이미 주변에는 없고, 시원하다 못해 차가운 기운만이 피부를 소름돋게까지 한다.. 

 

 

 

 

 

 

 

 

 

 

 

 

 

 

 

 

 

 

 

 

무거운 배낭을 내려 놓고, 한신지곡의 얼굴마담인 천령폭포에 도착하니

떨어지는 물줄기가 너무나 세차서 귀는 멀고, 장관을 쳐다보니 눈도 멀고, 오감이 마비 상태다..

카메라가 습기에 장시간 노출 되었다는 것도 잊고 셔터를 눌러댔더니

전원이 깜빡거리고, 이후 몇장의 사진을 찍기는 했으나 내림폭포 부터의 이틀간의 사진은 더이상 없다...    

 

 

 

 

 

 

 

 

 

 

날씨가 점점 나빠진다.

후박나무 잎사귀가 바람에 쓸리는 소리가 커지고, 장노출이 아닌데도 흔들리는 나뭇결이 액정화면에 각인된다.

빗소리는 굵어지고, 주변은 갑작스레 흑색으로 변하니, 어차피 장터목까지 가는건 불가능한 상황이라

내림폭포가 올려다 보이는, 좁지만 아늑한 자리에 하루를 유할 자리를 잡는다.  (일명 창금대...)

  

 

 

 

 

 

 

 

사이트를 구축하고 고기를 굽고 산행에 빠질 수 없는 술 한잔을 마시니 신선이 따로 없다..

타프를 때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비는 그만 와야하는데 하는 걱정도 잠깐,

자연과 하나가 된 한신계곡의 하룻밤이 내림폭포의 웅장한 울림과 함께 그렇게 흘러간다..

 

 

여명이 트기도 전에 일어나 육개장을 끓이고 이른 아침을 먹고 장터목으로 향하는데

뇌성과 폭우가 쏟아붇는다...

온 몸이며 장비는 비에 젖어 천근만근이지만 장터목 취사장에 앉아 남은 고기를 굽고, 독한 술 한잔으로 젖은 옷과 추위를 날리니

이 맛에 산을 오른다는 생각이 든다..

 

 

 

 

후       기 : 즐거움도 한 때, 해보고 싶은 일이 있는 것도 한 때...

                현실에 눌러 앉아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탓할 것이 아니라,

                그냥 내달려 저질러 보는 것도, 지내고 나면 즐거움인것을...

                가끔은 아무 생각없이 흐르는 물처럼, 허공을 떠도는 무착의 바람처럼

                그리 지내고도 볼 일이다..

                그게 사람사는 일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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