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방

바래봉

逸 樂 2010. 1. 19. 08:36

 

바래봉

 

산행지 : 지리산 바래봉 ( 해발 1165m )

일   시 : 2010년 1월 17일 (일요일)

코    스 : 남원 운봉 운지사 입구 - 바래봉 - 팔랑치 - 1123봉 - 부운치 - 세동치 - 세걸산 - 세동치 - 전북청소년교육원

거   리 : 14km ( 소요시간 : 식사시간 포함 7시간 )

 

삼일 전 전국적으로 큰 눈이 내렸다.

그날 이후로 기온은 계속 올라가 앞으로 이런 큰 눈은 더 오지 않을거라는 생각에

올해 마지막 눈산행을 바래봉으로 계획한다.

지리산 눈 하면 그래도 서북능선이라....

 

 

백두대간의 시작점이자 끝점이기도 한 지리산 자락 서북능선

덕두산으로 이어지는 태극능선의 종점인 바래봉

나무 한그루 없는 민둥고스락

어머니 젓가슴같이 포근하고 가파르지 않은 동그란 바래봉.....

 

 

지리산 노고단에서 만복대 정령치 고리봉 바래봉 덕두산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선

백두대간의 장쾌한 흐름을 이어주는 능선의 물결.

 

 

새벽부터 장비챙겨 이른 산행에 눈속에 파묻히니 애들은 저리 가라다.

내년 눈산행때는 비료포대 하나 장만해야지...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렸던 이번 겨울은 겨울산을 좋아하는 산행인들 에게는 축복과도 같았다.

 

 

가고 싶은 산이 어디 꼭 지리산 뿐이겠는가만,

항상 슬그머니 가슴속에 자리하는 지리산에 대한 집착과 애정이 있다.

 

 

 평탄하고 아늑한 넓은 평원, 하얀 눈밭이 되었다. 

 

 

멀리 정수리만 내민 이름 모를 봉우리의 향연을 보고 있노라면

내 자유로운 상상은 팔랑치 잔등을 넘나들고, 반야봉 골짝을 헤엄친다.

 

 

 지리산에오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호흡이 자유롭다.

 

 

 

 

 

 어디선가 산새도 지저귀고

간간히 불어오는 여린 바람이 귓등을 지난다.

 

 

어른 키만큼 높이 쌓인 심설산행의 묘미는, 가슴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대비되는 하얀눈 사이에 깊이를 알 수 없이 빠져드는 주체할 수 없는 환희, 머 이런 거였다.

 

 

철쭉과 하나인 바래봉

겨울의 바래봉은 흰눈 속에서 더 빛나는것 같았다.

 

 

한옥의 기와 지붕을 연상케하는 서북능선의 파노라마

한국의 산과 한국 선(線)의 아름다움이 닮아 있다는게 또다른 특징이다.

 

 

이 넓은 세상의 모든것은 자유다.

세상이 잠에서 깨어 풀숲이 아련히 일어나면

눈 앞의 만복대는 백목련 보다도 하얗게 피어났다.

 

 

 

 

 

 

 

 

세걸산에서 되돌아본, 흰 눈모자를 둘러쓴 바래봉과 지나온 능선들

 

 

 후       기 :  항상 그랬다. 힘들게 시작한 산행길은

                 오르며 가뿐 숨을 내쉬고, 즐거움을 들이쉰다.

                 나를 부른다.

                 그 넓이를 알 수 없는 자유능선 사이로....

                 내가 부른다.

                 한없이 작은 점하나인 나를, 두 손 벌려 가슴깊이 새겨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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