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미륵산
거제 바람의 언덕
일 시 : 2011년 5월 8일 (일요일, 어버이날)
산행지 : 경남 통영 미륵산 (해발 461m)
코 스 : 용화사주차장 - 도솔암 - 미륵산 정상 - 띠밭등 - 용화사 - 주차장
함께한 이 : 해우뫼사랑 회원 14명
가정의 달 5월 답게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주말과 적절히 끼어 있어서 길게는 6일도 쉬는 황금연휴다.
자녀들이 다 장성하여 결혼하고 손자까지 있는 회원들이 몇 분 계셔서
오늘이 어버이날이라 참가인원이 적을줄 알았지만 생각보다는 수가 많았다..
어중간한 인원에 승용차로는 여건이 맞질 않아 25인승 승합차를 빌렸다.
2.5톤 트럭과 바디와 엔진이 같은 승합차는 공간도 좁고, 작은 충격도 흡수해 주지를 않으니 여러모로 불편을 감수해야했다..
들머리를 향하는 내내 바라다 보이는 미륵산 언저리에는 남해바다로 부터 스멀거리며 올라온 짙은 해무가 끼어 있어
구름모자를 쓴 듯 귀엽기도 하지만 쉽게 걷힐 것 같아 보이지 않아
짐작컨데 산행의 백미인 통영항과 남해바다 한려수도를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국의 100대 명산에 속해 있고, 동양의 나폴리라 일컫는 통영의 진산 미륵산.
해발고도래야 겨우 461m 이지만 발아래 내려다 보이는 점점히 박힌 섬들과 유려한 해금강이 멋드러지고
역사적으로도 이순신장군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통영은 삼도수군통제사가 있던 시절 통제영이 있었다고 하여 지금 통영이라는 지명의 유래가 되었단다.
통영은 용의 모습을 닮아 있어 불의 기운이 센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순신장군이 통제영을 지을때 불의 기운을 잠재우려 미륵산에 물항아리를 여러개 묻었다는 전설도 내려 온다.
미륵산의 이름도 용을 뜻하는 "미르"에서 유래했다 한다.
한 20여 분을 잘 닦인 길을 따라 오르다보니 부처님 오신날을 기념하여 암자 주변의 나무에 수 많은 연등이 달려있고,
도솔암은 이슬을 잔뜩 머금고서 법당과 백일홍과 이름모를 꽃과 풀들이 자유롭고 평화로워 보인다..
용화사 들머리에서부터 미륵산 정상까지 2km가 채 안되지만
자욱한 안개에 사우나 이슬탕을 방불케하는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니
오름길 내내 흐르는 땀을 훔치느라 바쁘다.
예상했듯이 정상에서는 자욱한 해무로 전혀 조망을 즐길 수가 없다.
간간히 안개가 쓸려 지날때면 통영 앞바다와 시가지가 잠깐씩 보이기도 하지만 원하는 그림은 볼 수가 없다..
통영의 미륵산 케이블카는 지자체의 성공한 케이스라 칭송이 자자하여
돈벌이에 급급한 다른 지역 지자체에서 케이블카를 설치하는데 롤모델로 활용한단다.
하지만 수많은 인파에 몸살을 앓고 있는 자연은 어찌한단 말인가...
하산길에 들른 용화사
형형색색의 연등과 푸른 신록이 아름답다.
녹음방초는 아니라도 봄색이 훈훈한 날.. 멀지 않은 이 길을 걸으며 바라본 5월의 봄은
화선지 위에 연녹색 물감을 은은하게 펼쳐 놓은 듯 서서히 세상에 퍼지고 있었다..
산행 시간이 짧아 여수로 가는 길에 거제 바람의 언덕을 들렀다.
일요일에 어버이날 까지 겹쳐서 유람선을 타기 위해 몰려든 인파로 외길인 거제 순환도로는 말 그대로 주차장을 방불케한다.
게다가 해무가 잔뜩 끼어서 아름다운 바람의 언덕에 서서 남해 바다의 모습을 볼 수는 없었지만
자주 오기 어려운 곳이라 들렀다는 것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코끝이 쨍하도록 푸르고 맑은 날은 아니었지만
이슬을 머금은 푸른 잎사귀 하나 만으로도 금새 세상은 환하게 빛나고 있었고
다시는 오지 않을 2011년의 봄은 그렇게 익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