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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의 연하선경 가을 풍경

산행 일시 : 2009년 9월 27일 (일요일)

산  행 지 : 지리산 연하선경

코       스 : 백무동 - 하동바위 - 장터목산장 - 연하봉 - 삼신봉 - 촛대봉 - 세석산장 - 백무동 

산행거리 : 16.4km

 

비가 올거라는 예보로 정기산행마저 연기 시키고서

구들장을 지키고 있으려니 갑갑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무작정 지리로 들기로 마음을 먹고,

옆지기를 들쑤시니 내 마음과 같다.

 

또 이른 신새벽에 보따리 싸 집을 나선다.

어디로 갈꺼나? 어디로 가나?

비도 온다하고, 돈도 아낄겸 오늘은 계곡길을 버리고 순한 지정로로 올라가기로 한다. 백무에서 장터목산장으로

 

 

백무 가는 길에 벌써 흩 뿌리기 시작한 비는 오락가락 하면서

이 길을 가야하나 되돌아 가야하나 핸들을 잡은 내내 갈등을 하게 하는데

들머리 입구까지 눈 한번 떠보지 않던 옆지기

어찌 용케 주차장에 주차할 때 눈을 뜬다. " 다 왔어? " 

 

 

어차피 우중산행을 각오하고 왔던터라 단단히 준비하고 산행을 시작하는데,

새벽잠이 없는지 백발의 산장 할매, 비맞고 오르는 우릴보고 한마디 한다.

" 비온디 올라가는가? "  " 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갑니다 ㅎㅎㅎ "

 

40여분 올라가다 나오는 참샘약수터

천왕봉에서 비박하고 내려오는 산꾼들과 마주친다.  

길이 순탄하여 아이들도 가끔씩 보인다.

 

 

하동바위부터 비가 잦아지면서 바람이 심하게 불어오다가

소지봉에서 부터는 비도 그치고 서늘한 가을 바람만이 콧구멍을 통해 폐부 깊숙히 파고든다.

처음 2시간여는 계속되는 오르막이지만 적절한 운동량을 요구하는 기분좋은 산행 코스다. 

 

 

장터목산장 턱밑에서 바라본 중부능선

제법 단풍은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산허리를 넘어가는 비구름에 능선과 봉우리는 숨었다 나왔다를 반복한다.

가까운 뒤편 천왕봉은 중부능선을 지나올 때까지 구름 속에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주능선 길에 아직 피어있는 야생화 천국

산장에서 연하봉 가는 능선길에 지천으로 깔린 야생화들은 오가는 산꾼들의 심신을 녹여 주기에 충분하였다.

 

 

누가 일부러 만들기도 어려운 조각과도 같은 바위들

 

 

삼신봉 입구에 형형색색의 단풍이 물들었다

 

 

연하선경 가는 길에 서서

지리는 나에게 피안의 세계를 찾아가는 듯한 몽환적인 풍경을 내내 보여주었고

보석을 찾으려 이리저리 능선과 사면을 들쑤시고 다니다 결국은 오늘도 나에게 보여주지는 않으려는 뜻을 알고

정신을 차려보니 하산 준비를 해야하는 시간을 한참이나 지난 후였다.

  

                    

 

능선과 골 사이를 오르락 내리락거리며 비구름은 모락모락

무겁게 젖은 구름 떨쳐내는 골짝의 바람이 시원하다가 이내 한기를 느끼게 한다.

그래도 우의를 입고 있어서 체온을 보호해주니 따뜻해서 좋다.

벌써 계절이 이리도 흘렀나 보다. 따뜻한게 좋으니 ... 

 

 

 

 

지리산으로 가려네.

골과 능선의 그 넓은 마음으로

지리산으로 오라네.

흐르는 물위를 떠다니는 단풍잎의 허허러움으로

 

몸은 언덕을 올라 돌밭을 지나며 그 곳으로 간다.

 

 

 

칠선봉을 향하여 가다가 뒤돌아본 연하봉

고사목과 단풍이 절묘한 조화를 만들고, 점점 앙상해져가는 가지들은 다가올 한설을 예고 하는 듯하다.

 

 

 

 

곧추세운 비비추 꽃봉우리를 보며 걸었던 어제 그 길을

오늘 노랑 빨강 고엽을 밟으며 걷는다.

내일 또 다시 하이얀 눈꽃이 만발한 이 길을 걸을 생각을 하니

산은 똑같은 산이되 가는 이의 마음이 세월 따라 무상함을 느끼게한다. 

 

 

칠선봉 넘어가는 길은

비구름에 뒤덮여 이승과 저승을 넘는 금단의 줄과도 같이 희미한 흔적을 보여주고,

저 나무 사이를 건너가면 이상향이 있을 것이라 나와 같은 마음을 선인들도 가졌을것이다.

 

 

연하선경의 야생화 천국은 말 그대로 천상화원이다.

개스가 뒤덮여 조망이 시원찮지만 감동 그 자체이다.

 

 

하산길의 백무동계곡은 벌써 가을이다.

바위들을 감싸는 낙엽이 그렇고

주변을 휘도는 싸늘한 기운도 그러하다

 

 

백무동계곡에도 어김없이 가을은 찾아오고

온 몸으로 비를 안고 스러진 낙엽들의 잔해 속에서

오묘한 자연의 섭리와 시간의 덧없음을 생각케한 하루였다.

 

 

후   기 : 비가오면 비가 온대로 눈이오면 눈이 온대로 또 바람이 불면 바람 부는대로

           가야할 이유가있고, 보람이 있다.

           그때그때 감흥이 다 다르고, 배워오는 바도 다 다르다.

           그래서 어제 다녀온 그 길이 또 그리워 다시 가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