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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방

아들과 두번째 비박..

아들과 두번째 비박..

 

 

일   시 : 2013년 3월 16일~17일 (1박2일)

산행지 : 지리산 바래봉

코   스 : 남원 구인월마을 - 덕두봉 - 바래봉(1박) - 팔랑치 - 운지사 - 운봉마을

함께한 이 : 우리 부부와 휴가 나온 아들, 이렇게 셋이서.. 

 

 

아들바라기 애처는 지난 주말에 입을 귀에 걸었습니다.

입대 후, 멀리 동해로 전출을 가는 바람에 얼굴 보기가 쉽지 않던 아들이

진해로 함정 수리 나온 덕에 5일짜리 휴가를 받아 집에 왔습니다.

가만 보니 애처는 며칠 전부터, 아들 볼 생각에 앤돌핀이 마구 솟구쳐 좀 흥분 상태인것 같았습니다..

그러더니 덜컥 아들과 비박산행을 가고 싶답니다.

사실 작년 가을 만복대 비박산행도 감지덕지했었는데.. 언감생심..

그래도 착한 아들은, 엄마의 생일 운운 하는 말에 주말 산행에 선뜻 따라 나섭니다.

 

 

 

 

 

 

 

 

애초에 높은 산이라면 고개도 돌려 보지 않는, 딸을 뺀 세식구는 남원 운봉으로 달렸습니다..

밤새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고 아침에 집에 들어 온 아들은 오는 내내 차 안에서 꾸벅꾸벅 졸더니

인월의 유명한 어탕국수 한그릇에 원기를 회복했는지 오름길에도 힘들어하는 기색이 없습니다.

젊음이 좋긴 좋습니다..

 

 

 

 

 

 

바람도 불지 않아 봄날같은 포근한 날씨는, 볕 좋은 돌담 아래 봄동들에게 푸르름을 더해주고

아지랑이 나풀대는 비닐하우스 에서는 이름모를 생명들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얼굴에 부딛히는 햇살마저 보드라운건 날씨 때문만은 아닐겁니다...

 

 

 

 

덕두봉 사면 응달에는 아직 녹지 않은 얼음이 몸을 웅크리고 있어 

산이 자꾸만 우릴 밀어 내리려 하는 것 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도 잠시, 햇빛이 내리는 양지에서는 파릇한 이끼며 어린 풀들이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봄은 우리 가까이 와 있었습니다.

 

 

 

 

 

 

 

 

 

 

 

 

 

 

 

 

친구와 지리산 종주를 해 보고 싶다는 아들에게

노고단에서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지리 주능선을 보여줍니다.

그 뒤에  서서, 애처는 조만간 아들과 종주 계획을 꿈꾸는 표정으로 입에 미소를 머금고 서 있었답니다...

 

 

 

 

 

 

 

 

 

 

 

 

반야봉을 배경으로...

 

 

 

 

정상을 애워싼 산악회 인파에 떠밀려 바래봉 정상에서 인증샷도 못 찍고 

잠시 다리쉼도 갖지 못한채 샘터로 내려섭니다.

 

 

 

 

 

 

 

팔랑치에 잡으려던 박자리를, 바람때문에 바래봉 샘터 옆 구상나무 군락지에 폈습니다..

삼겹살과 찌개로 이른 저녁을 먹으면서, 술 한잔을 겯들여 아들과 세상을 이야기합니다.

그래봐야 결국 잔소리일지 모르지만, 재대후에 복학과 취업준비를 위한 스팩쌓기부터..

쿨한 아들, 얼마 전 고무신 바꿔 신은 여자친구에 대한 이야기까지

참 잡다하면서도 중요한 인생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헤아릴 수도 없는 별은 머리 위에서 반짝입니다.

달이 비춰주는 텐트까지 은은하게 빛나니, 산상의 밤은 말 그대로 그림입니다.

켁켁거리는 노루 울음소리에 간간히 잠을 깨기도 했지만

이슬없는 포근한 잠자리에 아침까지 푹 잤습니다.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아니 다녀 간 듯 깨끗하게 박지를 정리합니다.

 

 

 

 

 

 

팔랑치에서 데크 난간에 카메라를 올려 놓고 단체 사진을 찍다

바람에 밀린 카메라가 데크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졌습니다.

전원도 아웃..

기변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지, 아니면 기록용 똑딱이로 바꾸라는 하늘의 계시인지

조만간 카메라 점검을 다녀온 후에 알게 되겠군요..

점점 산행에 힘도 딸리는데 아마 똑딱이로 기변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어쨋건 일박 이일 간의 아들과의 두번째 비박산행..

우리 부부에게는 또 하나의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주었는데, 게다가

귀대하기 전날 밤, 다음날이 엄마 생일이라고 아들이 미역국을 끓여 주었습니다.

누나와 준비한 생일 선물과 케익과 함께..

저는 입으로 촛불 끄는걸 도와주었을 뿐인데,

그래도 애처 입은 또 귀에 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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