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고단 원추리
일 시 : 2010년 8월 7일 (토요일)
산행지 : 지리산 반야봉
코 스 : 성삼재 - 노고단 - 돼지평전 - 임걸령 - 피아골삼거리 - 노루목 - 반야봉 - 원점회귀
거 리 : 20.4km (소요시간 : 8시간 30분)
누구랑 : 옆지기랑
세상 만물이 살아가는 것에도 다 때가 있듯이, 잘 살아가는지 들여다 보는 것도 시기를 놓치면 그 감흥이 반감된다..
즐거움을 느끼는 나이도 따로 있는가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딱히 매사에 열혈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것이 아쉬움이다.
지리에 드는 일만 빼고...
연휴를 어찌 보낼까 궁리를 한다.
일요일은 대성골로 정기산행을 가야하는데, 야유회 수준이 될것은 자명한 일이고,
내 혼자만 빡샌 산행을 감행하기도 모양 빠지는 일인데...
노고단 원추리가 제철을 맞은 것 같은데, 사진이나 찍으러 가볼까 생각끝에
산은 조금만 걷고 야생화 구경이나 하다 오자고 길을 떠난다.
새벽 성삼재와 노고단은 허리를 감아도는 구름때문인지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도 못한채 잔뜩 이슬을 머금고
부지런한 산꾼들의 바쁜 발걸음에 더위를 식혀줄 물방울을 뿌려준다..
구례쪽 으로는 여명에 발아래 깔린 두꺼운 구름바다가 펼쳐져있고...
아침 햇살이 나기도 전 이련만 제각각 앞다퉈 찾아준 손님들에게 깜양 폼새를 디미니
제 스스로 충분히 빛을 발한다..
봄이면 봄대로 또 여름이면 여름대로 계절에 맞춰 각기 피어나는 꽃이 다르고
그 맛과 풍미가 다 다른 법,
산이 옷을 갈아입고 매무새를 고칠때마다 찾아주고, 이뻐해주고, 고마워하고 하는것이
그나마 인간이 자연에 답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눈부신 태양은 반야봉을 삼키고, 노고단 허리춤으로 태양을 삼킬듯 구름이 몰려든다..
운무는 눈 깜짝할 사이에 온세상을 하얀 백지로 만들어 버리니, 하늘의 오묘한 이치를 알 수가 없다.
노고단 정상에서 놀 일이 별반 없다...
그냥 올라온 김에 반야봉까지 갔다오기로 한다.. 거리는 상당하지만..
운무에 가린 태양은 석양빛에 다름아니다.
간간히 얼굴을 내미는 노란 원추리가 이 곳이 지네들 군락지임을 보여주고,
그 사이사이에 자잘한 야생화가 서로 나도 피었네 하고 한껏 뽐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