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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둘레길

지리산 둘레길 9구간 (위태 - 덕산)

지리산 둘레길 9구간 (위태 - 덕산)

 

 

 

 

 

일   시 :  2014년 8월 3일 (일요일)

걸은길 : 지리산 둘레길 9구간 (위태 - 덕산, 10.3km, 4시간)

코   스 : 위태(상촌) - 중태재(갈치재) - 유점마을 - 중태마을 - 천평교 - 시천면사무소 - 덕산

 

 

 

 

 

 

경상남도 산청군 시천면 사리와 하동군 옥종면 위태리를 잇는 10.3km의 지리산 둘레길

낙동강 수계인 덕천강변을 따라 걸으며 남명조식선생의 유적도 둘러볼 수 있다..

거리가 짧고 높은 산을 올라가지 않아 상대적으로 쉬운 구간이지만, 산길 보다 포장도로가 많다는 점은 아쉽다. 

 

 

 

 

 

 

12호 태풍 나크리가 한반도로 북상하던 날.

비바람치는 창밖만 바라보며 금쪽같은 토요일 하루를 허비하고 나니 뭔가 허전하고 아쉬웠는데,

일요일 새벽 눈 뜨자마자 밖을 내다보니 조금은 잠잠해진 바람에, 맘 변하기 전에 부리나케 집을 나섰다.

위태마을에 도착해서 채비를 하는 동안에도 비는 하염없이 내린다.

그래도 폭우는 아니라서 길을 나서는데, 동네 어르신 "이 비 오는데 산에 갈라꼬??.."

이상한 사람들이다 싶은가 보다. 

 

 

 

 

 

 

위태마을에서 시작하는 초입은 시멘트 임도를 걷는다..

하지만 20여분 후 중태재를 넘기 위해 산길로 들어선다.   

 

 

 

 

 

 

 

 

 

 

 

 

비옷 입고 우산은 왜 쓰고 갈까 ?? ..

 

 

 

 

 

 

 

 

 

 

 

 

 

 

 

 

 

 

 

 

 

 

 

 

갈치재로 올라서는 길.

자욱한 안개가 나름 운치있다..

 

 

 

 

 

 

 

 

 

 

 

 

 

 

 

 

 

 

 

 

 

 

 

 

길은 자욱한 안개 속에 대숲을 따라 이어지다가 소릿길로 들어서고 나즈막한 중태재를 넘었다.

이 재를 산청사람들은 중태재라 부르고 하동사람들은 갈치재라 부른단다.

 

 

 

 

 

 

중태재를 넘어 외딴 집 창고 터에서..

산허리에 걸친 자욱한 안개와 처마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에 잠시 정신줄을 놓아 본다..

 

 

 

 

 

 

 

 

 

 

 

 

 

 

 

 

 

 

 

 

 

 

 

 

 

 

 

 

 

 

 

 

 

 

 

 

 

 

 

 

 

 

 

 

 

 

 

 

 

 

 

 

 

유점마을에서 중태마을 가는 길은 좁아서 오가는 차량을 조심 해야 한다.

굵은 빗소리 때문에 뒤에서 오는 차 소리가 들리지 않아 놀라기도 했다. 

유점마을은 예전에 놋그릇을 만들었다는데, 그래서 놋점이라 불리기도 한단다..

 

 

 

 

 

 

 

 

 

 

 

 

제주에 1400mm가 넘는 비가 퍼 부었다는데, 지리산 주변도 예외는 아니다.

엄청나게 불어난 물이 말라있던 골짜기를 굉음을 내며 흘러가니 이과수 폭포가 이런 소리를 내지 않나 싶다. 

 

 

 

 

 

 

 

 

 

 

 

 

 

 

 

 

 

 

중태마을에 다다르면 '지리산둘레길 중태안내소'가 있다. 

다리쉼을 하기 위해 처마 밑으로 들어서자

안에 있던 관리자가 나오더니, 어제부터 둘레길 통제 되었는데 여기까지 어떻게 오셨냐고 놀란다.

아무런 제제나 안내가 없었으니 여기까지 왔지요..

사실, 없던 물길이 중간에 새로 생겨 건너기 쉽지 않은 구간이 있긴 했었다..

이 구간에 이어지는 덕산 - 운리 구간은 백운계곡이 있어,

오늘같은 날씨엔 통제하지 않아도 중도에 멈출 수 밖에 없겠다. 

 

 

 

 

 

 

 

 

 

 

 

 

 

 

 

 

 

 

중태마을을 내려서면 덕천강과 만난다.

태풍 덕에, 말랐던 대지를 촉촉히 적시고 식수까지 위협하던 저수율도 빵빵하게 넘치고..

게다가 남해 바다를 뒤엎어 적조를 말끔히 씻어주고 있으리라..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그야말로 단비..

 

 

 

 

 

 

 

 

 

 

 

 

철벅철벅 ..

우산이 있어도 내리는 비 다 맞으며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 가던 아련한 어릴적 기억..

일종의 카타르시스인가.. 기분은 좋았고 후련했었다..

 

 

 

 

 

 

 

 

 

 

 

 

지리산 둘레길은 그런 기억들을 되새기는 길인가 보다.
힘들게 걸었지만 걷고 난 뒤 오래도록 뒤적거려볼 추억으로 남을 곳.

2012년 9월 9일 시작했던 지리산 둘레길 걷기가 이제 운리 - 덕산 한 구간만 남겨놓았다.

올 9월 8일 추석 명절에 마지막 구간을 걸으면

추억의 한 페이지를 딱 2년 만에 남기는 셈이다..

그 날은 비도 안 내리고 쨍한 가을 날씨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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