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주능선의 가을
하늘이 높다.
거칠것 없던 폭염도 패거리처럼 몰려다니던 장맛비도,
언젠가 모를 가을 기운에 자리를 내어놓았다.
화선지 한 장에 잉크빛 물감이 떨어진다.
화가의 붓끝에서 그려진 9월의 끝자락은 가슴시리게 푸르다..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과 그 경계에 서 있는 하늘금, 산 그리메,
그 사이를 점 찍어 놓은 구절초와 산오이풀 무리들...
한줌의 햇살이라도 더 받아 들이려니 고개를 내밀고 깨금발 선 모습이 앙증맞다.
지리산 능선길.
육중한 산허리를 감아도니 하늘을 떠 받들어 머리에 구름을 인 상봉이 우리를 반긴다..
항상 그 모습 그대로 한 점에 불과한 이방인을 내치지 않고 받아들이는 상봉
그 어머니 산이 있어 살맛나고 행복하고 그리고 즐거운 세상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