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리산방

추색 물든 중봉골

 

추색 물든 중봉골

 

 

일   시 : 2010년 10월 17일 (일요일)

산행지 : 지리산 천왕봉

코   스 : 중산리 - 자연학습원 - 중봉골(마야계곡) - 중봉안부 - 천왕봉 - 법계사 - 중산리

함께한 이 : 산악회 회원 4명과 나... 총 5 명

 

 

 

구중구포 정성으로 빚은 좋은 차를 마시며, 그 은은한 향 뒤로 정갈한 맛에 이어오는 작은 깨달음.

욕심을 비우자... 거기다 마음까지 비우자....

철 지난 차 밭에, 꽃은 지고 열매가 맺히고 또 씨앗을 날리는 것은 자연의 이치.

상록의 계절이 지나면 산도 들도 모두 계절의 옷을 갈아 입는 것,

이 또한 자연의 섭리.. 

낙엽이 지기 전에 만산의 홍엽을 다 보려 하는 가당치 않은 욕심과 쓸데 없는 조바심..

 

별 맛 모르던 차 한 잔을 들고서, 면벽 수행하는 현자의 눈과 귀를 빌려 보자니.. 

스스로를 비워야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다는 비움의 미학.

욕심을 비워야 한다는 그 생각마저도 비워야 한다는, 내겐 너무나 어려운 비움의 미학..

하지만 오히려 산에 들면 들수록 창창한 욕심이 생겨나는 소인배의 짓거리.. 

그 심오한 철학의 깊이를 생각해 보려는 의미있는 산행... 지리산 중봉골... 

길이 시작 되는 곳, 그러면서 또 길이 끝나는 그 곳...

 

시작과 끝이 하나인 그 길에 서서 허허롭게 스치는 바람을 본다...

아무런 욕심과 거칠 것 하나 없는 무착의 바람을 .... 

 

 

 

 

 

 

 

 

 

 

 

 

 

 

 

 

 

 

 

 

 

 

 

 

 

 

 

 

 

 

 

 

 

 

 

 

 

 

 

 

 

 

 

 

 

 

 

 

 

 

 

 

 

 

 

 

 

 

 

 

 

 

 

 

 

 

 

 

 

 

 

 

 

 

 

 

 

 

 

 

 

 

 

 

 

 

 

 

 

 

 

 

 

 

 

 

 

 

 

 

 

 

 

 

 

 

 

 

 

38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안치환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시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 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불일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려면,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시라

최후의 처녀림 칠선 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반성하러 오시라.

(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언제나 첫 마음이니 )

행여 견딜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행여 견딜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가사 출처 : Daum뮤직

 

'지리산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0) 2010.10.24
반선계곡  (0) 2010.10.24
지리산 기도처 무착대  (0) 2010.10.06
9월 지리산 주능선의 가을  (0) 2010.09.30
작은새골   (0) 2010.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