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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방

작은세개골

작 은 세 개 골

 

 

일   시 : 2011년 8월 28일 (일요일)

산행지 : 지리산 작은세개골

코   스 : 의신마을 - 원통암 - 대성마을 - 원대성마을 - 작은세개골 - 선비샘 안부 - 선비샘 - 덕평남릉 - 의신마을

함께한 이 : 부산의 이장네 부부와 우리부부

 

 

모기도 입이 삐뚤어진다는 처서를 보내고, 벌써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가을인가 봅니다...

새벽 공기와 어울린 어설픈 가을 감성은 마음을 그렇게 만들었지 싶습니다.

 

의신쪽으로 산행을 갈 때마다 느끼지만, 섬진강을 끼고 하동방향으로 차를 달릴때

새벽 어스름 빛이 슬그머니 삼신봉을 넘어 오는 이 시간쯤에, 섬진강 깊은 물길은 잠에서 깨어나 은빛 물결로 출렁입니다.

S라인 섹시한 곡선에 지리산 자락을 허리춤에 빗기차고 내달리는 모습은 황홀하기도 하여, 

몇 번 이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 보았지만 눈으로 본 것만 못하니, 앞으론 눈만 호사하기로 맘 먹었습니다.

 

 

 

 

한여름에 지나는 주변 풍경과 오늘 아침의 그 것은 불과 며칠 사이이지만 느낌이 다른 것은 왜일까요..

피서객이 썰물처럼 자리를 털고 떠나버린 그 복작대던 화개천 마을은 가을로 줄달음하고

텅 빈 주차장은 낙엽만 뒹구니 쓸쓸함 마져 느껴져 창문을 닫고 몸을 한번 움츠려 봅니다.

사삭스럽습니다...

 

 

금요일 까지 아무 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가, 자연스럽게 이장네와 작은세개골 산행을 약속합니다.

대성골 깊은 숲과, 맑고 찬 청정수가 있어 여름 피서산행으로도 제격이지만,

같은 이유로, 늦여름의 정취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계곡으로도 으뜸이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기존의 철다리 코스를 버리고 원통암과 원대성마을을 지나,

부드러운 초반 숲 속을 둘레길처럼 여유롭게 걷다보면 작은세개골 중간 지점으로 이어지는,

숲과 물을 연결하는 새로운 길을 걸어볼 요량입니다..

 

 

 

 

아직은 여름이건만, 

한 여름과는 사뭇 달라진 대성골의 물흐름과, 그 물 길 위로 떨어져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낙엽... 

머지 않은 가을걷이를 기다리며 이제 막 여물어 가는 알밤들과 아그배 나무... 

주인 손길을 잊은지 오래인 듯한 잡초 무성한 차밭...

무상한 듯 하여도 새벽이슬을 이고 아침 햇살을 받아 영롱합니다.

 

 

 

 

대성골 물소리와 함께 한참을 걷다, 원통암으로 향하는 출입금지 팻말을 살짝 넘었습니다.

수행자의 입장에서, 이른 시간 외지인의 침입을 어찌 생각할 것인지 개의치 않은건 아니었지만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조용히, 아니다녀온 듯 지나갈 계획이었습니다..   

사면으로 이어진 좁장하고 흙냄새 가득한 산길을 돌아 입구에 다다르자 흰털이 보송보송한 백구가

이산가족 상봉이 아마 이러했지 싶을 정도로 꼬리를 흔들어대며 환대합니다.

답례로, 아직 봉지도 뜯지 않은 따끈따끈한 빵을 백구에게 먼저 시식할 기회를 주었습니다..

 

 

 

 

 

 

원통암을 돌아 나와 대성마을에 도착합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대성주막의 한됫빡 막걸리는 초반 산행의 흘린 땀을 보상받기에 충분하지요.

이장은 술 안 마시고 그냥 건너 뛸 생각이었다는데, 난 그렇게는 못합니다..

참새는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 수 있겠지만, 대성주막의 막걸리를 건너 뛸 수는 없는 일..

별 양념을 하지 않았어도 특유의 감칠맛을 내는 산나물과 막걸리를 마파람에 개눈 감추듯 비워냅니다..

 

 

 

 

 

 

 

주막에서 한 잔 곡주로 원기를 충전하여 발걸음도 가볍게 원대성 마을을 향해 가

살짝 오른 취기에 산죽 속에서 잠시 알바도 하며 사면길을 에돌아 원대성마을에 들어섭니다.

 

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원대성 마을...  

낮게 깔렸던 새벽이슬은 밭고랑 사이에서 아지랑이가 되어 하늘로 날리고,

고개를 막 내민 햇살에 침구를 털고 말리며, 일상으로 돌아가는 산골마을의 묵은 향내를 뒤로 하고

편안하고 부드러운 산길을 이어가며 작은세개골로 향합니다.

 

 

 

 

 

 

산길을 벗어나 물길로 접어드니 산은 또 다른 공기와 편한 호흡으로 산객을 맞이합니다..

아래 쪽의 작은세개골 대표 폭포들을 무시하고 올라 왔기에, 아담한 소폭들이나마 사진에 담기위해

좌측으로 잘 나있는 토끼길을 버리고 계곡을 고집하여 올라 봅니다.,.

기존의 루트를 버리고 새로운 길에 들어서니 계곡은 계곡대로 능선은 능선대로 서로 본연의 아름다움을 뽐냅니다...

 

가파른 산길을 네 발로 기어 오르기도 하고 크고 작은 바위를 넘고 뛰어, 호흡은 가빠지지만

빨강 모자와 회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듯한 두 아낙들은 뒤에서 무슨 할 이야기가 그리도 많은지

곱게 이어진 길에서도 가끔은 모습이 잘 보이질 않아, 뒤가 구린 나를 자꾸 돌아보게 합니다..

 

 

 

 

 

 

 

 

 

 

 

 

 

 

 

 

 

 

 

 

지리산 수많은 골짜기 중에서 그나마 작은세개골은 지난 태풍 피해가 적은 듯 합니다.

옛 모습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어, 작은 걱정을 덜어주어 고맙기도하고  

흰 포말을 뿌려대며 낙차를 이루어 바위를 지나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폭포수와

아담하고 소박한 계곡, 높고 푸른 하늘과 키 큰 나무 사이에 걸려있는 흰구름, 모든 것이 아름다웠습니다..

 

 

 

 

 

 

 

 

 

 

 

 

 

 

 

 

 

 

 

 

 

 

 

 

고도를 올릴수록 물소리는 점점 숨을 죽이고, 바위는 점점 거칠어져 외줄 타듯 중심잡기가 힘들어 집니다..

자리를 잡지 못한 너덜길에 잔뜩 몸을 움츠리다 고개를 들어보니

언제 열렸는지 골 사이로 칠선봉 능선이 내다 보이네요...

하지만 능선이 보인다고 좋아할 일도 아닌 것이, 이렇게 하늘이 보이기 시작하면,

드디어 계곡은 점점 좁아지면서 가팔라지고, 얼키설키 쓰러진 고목이 발목을 잡는데, 

거기다 없는 길을 헤쳐 나가야 하는 마지막 힘든 한판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힘들게 선비샘 안부에 올라섰지만 안개에 쌓인 능선은 쉽게 조망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물론 상봉이며 서북쪽까지 시원한 풍광을 보여준다면야 한없이 좋겠지만 한발치 앞만 보여도 좋았습니다.

우리를 반기는 산오이풀이과 안개로 어깨를 살짝 가린 칠선봉이며 덕평봉이 있었으니까요..

 

 

조망바위에서 늦은 점심을 마치고 덕평남릉으로 하산길을 잡았습니다.

초입부의 비박터는 점점 황폐화되어 머리빠진 중년의 듬성듬성한 머릿 속을 들여다 보듯이

벌건 흙이 드러나있어 보기 흉합니다..

산죽 숲을 헤치고서 의신마을 까지 내려 가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참으로 먼 길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시간에 쫒기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대성골 철다리 아래 배낭을 부리고서 찌든 땀을 씻으니 사람 몰골이 갖춰지네요..

 

 

대성골에서 나신으로 흐르는 물에 몸을 맏기고 삼신봉 능선을 바라다 보았습니다.

그렇게 오늘 또 하루도 멋지게 저믈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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