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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방

동부능선 1박

동부능선 비박 산행

 

 

일   시 : 2011년 8월 13일 - 14일 (1박 2일)

산행지 : 지리산 조개골과 동부능선

코   스 : 윗새재 - 철모삼거리 - 조개골 - 큰조개골 - 하봉헬기장 - 영랑대 안부(박) - 영랑대 - 국골사거리 - 청이당터

            - 진주독바위 - 새봉 삼거리 - 새봉 안부 - 윗새재 

함께한 이 : 산구화님, 이장네 부부, 우리 부부 총 5명

 

 

장마철이 끝난지 한참이나 지났건만, 아직도 한반도 상공은 두꺼운 비구름에 가려있어

흐린날만 계속되니 밖으로 나돌기 좋아하는 나는 슬슬 지쳐갑니다.

비 온다고 산행을 하지 않았던건 아니지만, 흐린 날은 아무래도 괜한 걱정도 하게되지요..

 

광복절을 낀 황금연휴에 오래 전부터 박산행을 함께 하기로 했던 산구화님과 부산의 이장네와 

지리산 원시의 숲인 동부 쪽으로 1박 2일 산행을 시작합니다.

주말 날씨에 비가 예보되어 있어서 또 걱정이 앞섰지만, 많은 비는 아닌듯하여 계획대로 진행합니다.. 

 

 

 

 

 

언제나 지리산 가는 길엔 몸속의 앤돌핀이 충분히 만들어지는지

새벽 길을 달려 윗새재로 가는 동안에도 살짝 긴장과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단청 나들목을 접어서니 날이 밝아오고 간간히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일락 말락하는데,

비가 내리지 않은 것 만으로도 고마운 일 입니다...

참 오랜만에 들어가는 유평 길..

차창을 내리고 조개골의 우렁찬 물소리를 들으며 푸른 숲과 신선한 공기가 버물어진 하늘로 하늘로 올라갑니다.

 

 

 

 

 

 

대원사 계곡으로 들어갈 수록

지난 태풍 무이파가 휩쓸고 간, 지리산 골골의 수마 흔적이 곳곳에 상흔처럼 파헤쳐져 참담한 모습이었습니다.

커다란 바위들이 민가를 덮치고, 새재로 오르는 길이 중간에 끊기질 않나,

한판골과 윗새재에서 치밭목으로 향하는 모든 등산로가 폐쇄되었고,

계곡의 들머리에는 집채만한 바위들이 굴러 내려와, 자연의 힘 앞에 무기력하기만한 인간을 다시 돌아보게 합니다.

 

윗새재 마을에 도착하여보니 가장 먼 곳에서 오신 산구화님께서 먼저 도착하여 우리를 맞아주시는데,

항상 밝은 미소로 동생들을 대해 주셔서, 함께하는 시간 내내 편안했답니다..     

 

 

 

 

지리산의 자랑은 그 높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깊이에 있다고 합니다.

산이 높으니 골이 깊고, 그 깊이 만큼 넓고도 큽니다.

그 크기 만큼 인간을 받아 들이기도 하지만, 자연을 너무 쉽게 낭비하는 인간들에게는

가차없는 모습으로 경종을 울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만큼 두렵고 위험한 대상이기도 합니다...

 

 

 

 

 

 

 

                                

 

 

 

 

 

 

 

 

길은 더이상 보이지 않습니다.

이쯤되면, 폭포를 보며 내 뱉었던 감탄의 조사도, 청정수를 바라보며 내 질렀던 흥분의 미사여구도 다 부질없음을 알게 됩니다.. 

잡목과 미역넝쿨이 걸음을 붙잡아 한걸음 떼기가 어렵지만, 마지막 피치를 올려봅니다.

한 시간여의 힘겨운 잡목과의 한판을 치르고 하봉 헬기장 안부에 닿습니다...

 

                               

 

 

 

영랑대 박지에서....

비가 내린 탓에 벌레 울음 소리도, 산새들의 재잘거림도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외부로부터 완벽히 차단되어 안온하고,

키 높은 수목과 어우러져 숨쉬기 편안한 좋은 공기만을 생산해 내는 좋은 박지입니다.

빗물 머금은 풀잎과 이슬처럼 빛나는 꽃잎의 흔들림.

감성의 언어로 말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입니다..

 

 

 

 

 

 

 

 

박 터를 정리하는데, 잠시 햇살이 비춥니다.

안개 속에서 보지 못했던 싱그런 잎과 푸른 이끼들이 살아있는 아름다운 숲....

금방이라도 온갖 새들이 지저귀고 풀벌레들이 꿈틀댈듯이 원시의 슾은 숨쉬기 시작합니다.

깊은 잠에서 깨어난 인간들은 새보다 먼저 떠들어 댑니다...

 

 

 

 

 

 

 

 

 

 

함께한 산행팀..

전날 힘들었던 산행의 피로는 말끔히 사라지고 만면에 미소가 가득한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서로 모델을 바꿔가며 기념샷에 열중입니다..

 

 

 

 

 

 

 

 

 

 

영랑대에서....

무이파의 영향으로 중봉 사태골이 배로 넓어졌습니다.

국골도 두세갈레의 사태골이 새로 생겨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고

눈에 보이지 않은 자잘한 골짝은 상태가 어쩔지 몹시 걱정됩니다. 

후에 들은 이야기지만,

푸른 이끼가 가득하고 폭포가 아름다웠던 중부쪽 폭포들은 흔적도 남아있지 않다고 합니다...

 

 

 

 

 

 

 

 

 

 

 

 

 

 

 

 

 

 

 

 

 

 

영랑대에서 바랑진팀(?)을 만나 남은 맥주로 서로 인사를 나눕니다...

 

 

 

 

 

처음으로 박산행을 함께하신 산구화누님.

위 아래 사람을 따뜻한 마음으로 배려하고 매사에 긍정적이라, 보고 본받을 점이 많습니다..

거기다 젊은 사람들보다 준족이시라 따라가는데 힘이 들 정도입니다..

 

 

 

 

 

 

이틀간 산행대장으로, 길도 없는 산죽밭이며 미역줄기 속을 힘들게 헤쳐나가며

산행대장 역할을 해주었고, 탁월한 코스며 길잡이로 우리들을 편하게 해준 이장..

 

 

 

 

진주독바위...

 

 

사람과 어울리려한다는 것은 자연을 멀리함을 뜻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만

그렇게 생각하지만은 않습니다...

허구헌날 수 많은 사람들과 복작대면서유지해야하는, 힘든 일상의 유대를 떠나서

짧은 주말만이라도, 자연과 더불어 살려는 사람들과 서로 교감하면서,

저 깊고 푸른 아름다운 곳을 함께 다니는 것은 좋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필요한 건 건강한 두 다리와 그만큼의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지리산에서 좋은 구경거리를 찾는다면 흰눈이 내리는 날 백설기같은 천왕봉을 오르거나

여름날 야생화 만발한 노고단을 찾아 능선 길을 걸어볼 일 입니다.

 

명상과 고독을 즐기려거든 인적드문 새벽녁에 한적한 소나무 숲이 우거진 둘레길을  

바랑하나 달랑 메고 혼자 사부작 사부작 걸어볼 일 입니다.

 

사람이 좋아 함께 자연을 누리고 싶거든, 미역줄기 가득하여 진행하기 조차 어려운 길도 없는 짙은 숲 속을

서로 힘을 모아 이끌고 받쳐주면서 헤쳐 나가야 하는, 그런 원시의 숲을 찾아볼 일 입니다.

 

걷는 동안에는 별 생각이 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산행 후에 피로감 보다도 즐거움이 가득했다면, 그 정도면 충분한 것 아닌가요?

 

산이 좋고, 사람이 좋은 산.....    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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