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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방

영남알프스

영남알프스 억새평원 

 

 

일   시 : 2011년 10월 8 - 9일 (1박2일)

산행지 : 영남알프스 억새평원

코   스 : 청수골산장 - 파래소폭포 - 간월재 - 신불산 - 신불재 - 단조샘터(1박) - 백발등 - 청수골산장

함께한 이 : 조비오님, 산구화님, 어린왕자님, 시즌님, 이장님, 사평역님, 도치바구님, 각시바구님,

                토박이님, 오여사님, 그리고님, 애처님과 나, 총 13명

 

 

 

 

가을이 완연합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자 말이 살을 찌우고 거기다 만산의 홍엽이 단풍으로 물드는,

바야흐로 산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깊어가는 가을의 한복판, 산을 찾는 부부들이 억새 살랑이는 영남알프스 억새평원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밤이 깊어가는줄도 모르고 지낸, 이틀간 아름다운 여정의 흔적들입니다.....

 

 

 

 

 

 

 

 

가끔 팍팍한 일상은 우리를 좀 여유롭고 느리게 걷고 싶게 만듭니다.

우리의 시선도 부드러운 풍경에 한번 더 눈길이 가기 마련이고요..

이글거리던 성하의 태양도 그 힘을 잃고 부드러워지는 이맘때 쯤에

산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도 다 그런 이유인가 봅니다..  

자잘한 자갈이 깔린 임도를 따라 걷는 길은 약간 건조했지만

오히려 길 가장자리에 도열한 야생화가 부드러운 산행길을 만드니, 보는 눈이 편하고 즐겁습니다.

 

 

 

 

사진을 찍다보니 부부는 닮는다는 말이 실감이 납니다.

웃을때 같이 웃고 슬플때 함께 울고, 희로애락을 같이하니 표정도 닮아가나 봅니다.

 

 

 

 

 

 

 

 

 

 

 

 

 

 

해방격동기 빨치산 구연철이 활동했던 신불산에 오르니,

멀리 양산일대와 영남알프스 구곡양장 굽이치는 능선의 조망이 시원스럽습니다..   

 

 

조비오님과 산구화님

요리 부붑니다...

 

 

이장님과 사평역님

요기도 부붑니다..

 

 

도치바구님과 각시바구님

역시 부붑니다..

 

 

일락과 애처님...

아마 부부일겁니다..

 

 

억새평원에 들어섭니다...

황금빛 억새가 바람에 허리를 반쯤 눕히고,

뉘엿뉘엿 기운 해가 산허리를 걸쳐 있을, 새벽이나 저녁 무렵

그 빛에 일렁이는 억새가 가장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어두움과 빛의 적절한 조화, 그 강렬한 이미지, 음과 양이 하나되는 짧은 순간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음력 보름에는 초원이나 산, 어디를 가도 좋습니다.

휘영청 보름달이 길을 밝혀 걷기도 편하고, 막영지의 분위기를 한껏 띄워주기도 합니다..

오늘은 열사흘입니다.. 보름에 이틀 모자라지만 제법 밝은 달이 있으니

그 기운을 받기에 충분합니다.

 

 

 

 

 

 

 

 

땅거미가 내리고 어스름 석양에 억새는 황금빛으로 일렁이는데,

서쪽 스카이라인 아래로 해가 기우니,

덩달아 붉었던 산그리매도 희미한 보랏빛으로 물들어 갑니다..

 

 

 

 

 

 

 

 

생말로 성곽의 요새와 같은 단조산성터에서

광활한 억새평원을 양탄자 삼아,

별과 달을 머리에 이고 

중세 희랍의 마을과 같은 철옹성을 구축하니

흥겨운 음악은 덤으로, 달밤의 기운을 띄워봅니다...

향긋한 포도주를 마련하고

겯들인 산해진미로 여흥과 연회를 이어 갑니다..

아마도 약간의 취기로 바라본 박터의 풍경은 신의 영역에 다름 아니었을겁니다..

 

 

신새벽 고요한 양산 들판이 아침햇살에 눈을 뜹니다. 

밤새 이슬에 젖은 풀잎은 촉촉한데, 황금빛 아침빛을 받아 더욱 붉고 영롱하게 빛이납니다.

 

 

 

 

 

 

 

 

 

 

 

 

 

 

 

 

 

 

 

 

 

 

 

 

 

 

 

 

 

후기.....

 

성자 프란체스코가 아시시의 거리를 배회하다가

둥근 보름달이 두둥실 떠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온 세상이 하늘에 둥둥 떠 흘러 가는 것 같아 주변이 황홀하였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이 광경을 보는 사람이 없는 것이 아쉬운 프란체스코는 교회 종탑으로 올라가

마치 큰 일이라도 난 것처럼 종을 쳤답니다.

깜짝 놀란 사람들이 교회당으로 몰려와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종탑 꼭대기에서 프란체스코가 소리쳤습니다.

"여러분 고개를 들어 저 하늘을 보세요...

하늘의 저 달을 좀 보시라고요... 너무나 아름답지 않습니까?...."

......................

......................

 

날이면 날마다 하늘에는 저렇게 아름다운 달과 별이 떠있는데,

고개만 들면 언제든지 저 달을 볼 수 있는데,

우리는 저 달을 보지 못하고 삭막한 하루 하루를 삽니다.

 

 

구실은 충분합니다.

부부가 힘든 짐을지고 한땀흘려 정상에 올라 너른 들판 한복판에서

밝은 달과 한줌 바람에 가슴까지 후련한 날을 지낼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행복이 어디 있겠습니까..

함께한 모든 분들, 높이 떠 유유히 흐르는 저 달 보러 자주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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