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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방

조계산 비로암

조 계 산    비 로 암 (毘盧庵)

 

 

일   시 : 2011년 8월 7일 (일요일)

산행지 : 조계산

코   스 : 선암사 - 대각암 - 비로암 - 장군봉(조계산 정상, 해발 884m) - 장박골 - 보리밥집 - 큰굴목재 - 선암사

 

 

태풍 무이파는 북상하여 제주부터 영향권에 드니, 남해안인 이 곳 여수도 제법 바람이 거세집니다..

비가 뿌릴 것은 당연하지만, 집에 박혀 뒹굴대기는 가슴이 허허롭기도 하고

전 날 직원들과 흥국사 계곡에서 술마시기 시합을 하고 난 후라, 알코올 기운을 씻기도 해야겠고.. 하여 

오랜만에 비 좀 맞아보자고 의기투합하니 찌뿌린 하늘에도 마음이 널널합니다.

 

느즈막히 도착한 선암사 주차장에는 태풍의 영향으로 주차장이 한산한 편입니다. 

푸르른 잔디며 고요한 산사의 정취가 오롯이 가슴에 스며듭니다.

 

 

선암사는 사천왕상이 없습니다.

조계산의 주봉이 장군봉이라서 그 장군이 선암사를 지켜준다 믿었기 때문이지요.

선암사는 태고종과 조계종의 종파 다툼의 아픔이 있었던 사찰입니다.

일제시대때 결혼을 할 수 있는 일본식 불교가 들어와 대처승이 생겨나면서 시작된 종파싸움이

훗날 광복 이후, 순수 불교를 주창하던 조계종이 득세를 하면서 서로간의 이권다툼이 시작된거지요..

현재 소유권은 조계종이 가지고 있고 승려는 태고종이 장악하고 있으며 이 싸움을 중재하는 순천시에서 운영권을 가지고 있는

복잡한 지배구조가 얽힌 사찰입니다.. 

 

어쨋거나 주말답지 않게 조용한 산사를 휘감아 돌아 임도를 따라

선암사를 뒤로하고 산 길로 스며듭니다..

 

 

 

 

 

 

 

 

 

 

 

 

 

 

 

 

조계산 대각암(大覺庵)..

선암사 천불전 뒤쪽으로 오르면 나오는 암자입니다..

대각국사가 크게 깨달은 곳이라고 대각암이라 이름지어졌는데,

산허리의 완만한 경사지에 축대를 쌓고, 그 경사면에 지어진 고색창연한 건축물이 왠지 정감이 더 갑니다.

더구나 앞마당에 아담한 정원은 산객의 눈길을 한 번 더 돌아보게 만듭니다 ..

 

 

 

 

 

 

 

 

 

 

 

 

 

 

 

 

 

 

정호승 시인의 시 "뿌리의 길"을 연상케하는 황톳 길....

 

 

 

 

 

 

 

 

1600여년 전 백제시대 아도화상이 건립한 조계산 비로암(毘盧庵)..

산 깊숙한 골짜기에 돌과 흙으로 바람벽을 만들어 품새가 유난스럽지 않고, 단아하면서 정갈한 암자.

기운이 상서럽고, 음양이 순조로와 그 지기(地氣)가 왕성하여 허물어지는 성자의 영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처음에는 청량산 해천사라 명하였으나 후에 조계산 비로암이라 개칭하였답니다.

조계산 중턱에 암석 계곡에 위치해 있고, 선암사의 모태가 되는 전설을 간직한,

선암사의 39개 암자 중, 주로 예로부터 큰스님들이 선 수행하던 암자랍니다.

 

하마터면 비로암 입구를 지나쳐 바로 장군봉으로 오를뻔 하였습니다..

그랬더라면 그 또한, 거기 까지의 인연인 것입니다..  

 

수행 중이던 스님은 비내리는 수박밭을 걱정스런 표정으로 둘러보다가 

돌계단을 올라오는 산객을 오히려 반갑게 맞이해 줍니다..

뻔뻔한 산객이 차 한잔 얻어 마시길 원하니,  

어느샌가 처마를 듣는 빗물을 바라보며 찻잔을 사이에 두고 선문답이 오가고 있었습니다.. 

 

 

 

 

비로암 주지스님의 화두는 불이 (不二)..

세상 모든 존재는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겁니다..

 

"바다와 파도는 둘이 아니라 하나입니다.

평온하던 바다는 태풍이 몰아치면 어느 순간 성난 파도를 몰고와 집채만한 해일과 함께 세상을 휩쓸고 지나갔다가 

다시 언제 그랬냐싶게 잔잔한 바다로 변합니다.

그러나 그 해일과 파도에 커다란 상처를 입은 사람은 오래갑니다. 평생 지워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남편이 없으면 부인도 없고, 자식이 없으면 부모도 없는 것입니다.

둘이 아니라 하나입니다...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상처주지 않게 살아야 합니다..."

 

 

 

 

"가정이 편안해야 합니다....

가족이라는 공동체에서 가부장적인 아버지는 가족을 향해서 큰소리리치고 자기 위주로 꾸려가려 합니다..

가정을 혼자만의 쉴 공간으로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가족 구성원중 한 사람이라도 불편한 공간이 되게 해서는 안된다는 말입니다.

그래야 아름다운 가족이고 아름다운 세상이 되는 겁니다...."

 

아름답다는 말은 "앓다"에서 유래했답니다.

 

"아름답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고통과 투자가 따라야 한다는 뜻이지요.

아무런 노력이나 투자 없이 사람이 아름다워질 수는 없는 것이지요...."

 

이야기를 듣는 내내 옆지기는 흐뭇한 표정이 감춰지질 않고

듣는 내 맘은 왠지 뜨끔뜨끔 합니다..

 

비 내리는 오후, 감로수와 같은 한 잔의 차를 마시고, 비내리는 산 길을 다시 오릅니다.

세찬 비가 내림에도 마음이 따뜻하니 편안 한 것은 무슨 연유였을까요..

 

보리밥집 풍경..

다른 때같으면 하우스 안이 꽉 차 앉을 곳도 없을 시간인데, 한산하기만 합니다..

옷 말리는 옷걸이...

 

 

 

 

 

 

하산길에 본격적으로 폭우가 퍼 붓습니다.

바람도 세차게 불고...

 

선암사 주차장에서, 비에 젖은 새앙쥐 같은 우리 둘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눈들이 있습니다...

뽀송한 옷으로 갈아 입고, 편안한 차 안에 들어서자 비로암 스님의 첫 말이 생각 납니다..

 

"산에 다니는 일도 꾸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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