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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방

가야산 만물상

가 야 산    만 물 상

 

 

일   시 : 2011년 9월 25일 (일요일)

산행지 : 가야산 만물상 (1,430m)

코   스 : 백운동 매표소 - 만물상 능선 - 상아덤 - 서성재 - 용기골 - 백운동 매표소

함께한 이들 : 해우뫼사랑 회원 40명

 

 

참 오랜만에 산을 보았습니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산에 간게 수 년째인데, 두 번의 제사와 작은 아들 군입대로 3주 내리 산을 멀리했더니

다리에 힘도 없는 것 같고, 이집 저집 블방을 돌아다닐 때 마다 고문이 따로 없었습니다.

 

군에 간 아들 생각에 마음도 허허롭고, 빈 방을 들여다 볼 때마다 찬바람이 횅하니..  완전 가을타는 기분이 따로없습니다.. 

어쨋건 정기산행이 아니었더라면 9월은 아예 산을 못 갈뻔했습니다..

기분도 상쾌하게 들머리에 도착했는데...

 

 

선선해진 날씨 탓일까요..

가야산 백운동 매표소는 대형버스에서 인파를 쏟아 붓는데, 그 수가 어마어마합니다..

아직 단풍철도 멀었건만, 산을 좋아하는 인파가 이렇게도 많을 줄이야..

 

그래도, 길은 용기골을 우로하고 좌측으로 급하게 하늘로 치받습니다.

하지만 길을 걸으면서도 길을 볼 수가 없네요..

앞사람 발 뒤꿈치가 바로 길입니다..

마른 흙길에서 폴폴 날리는 흙먼지를 고스란히 뒤집어 쓰면서

수건으로 코 한 번 막아보는 것 말고는 별 수가 없더군요.

급한 돌계단을 한피치 올리고 나니 왼편으로 사자봉 능선이 참나무 사이로 살짝 얼굴을 내밉니다.

그 능선과 계곡의 끝은 언제나 처럼 산허리 자잘한 마을 어귀로 이어집니다.

 

 

 

 

길에 들어선 이후로, 가는 여름이 시샘하는지 밝았던 햇살은 오히려 따갑습니다.

급피치를 올리니 바람 한 점 없는 숲속에 바짝 타들어가는 능선길.

수천년을 감춰온 벌건 속살은 여지없이 등산화에 파헤쳐져 있어 가슴이 아려도

산허리를 감아도니 나타나는 조망바위에서는 한 줌 갈바람이 불어와 가슴까지 시원합니다.

오부 능선부터는 가다 말다를 반복합니다.. 

추월할 공간이 없으니 몇발짝 걷다 일단멈춤..

 

 

 

 

 

 

경상남도와 북도를 가르는 경계산..

길은 성주군을 가로 이어 합천군으로 이어집니다.

해동제일의 명산이자 조선팔경 중의 한 곳이며, 가야국의 시조산인 가야산 만물상 코스..

38년 만에 개방된지 겨우 일년이 넘었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길을 걸었기에 벌써 반질반질 윤이 납니다.   

교행이 어려운 좁은 산길에 걸리적 거리는 사람들 무리가 싫거든 이른 새벽길을 달려올 각오만 있으면

아름다운 풍경을 빠뜨리지 않고 들여다 보고 즐거운 산행을 할 수 있겠습니다.

가지 않은 길을 간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기대와 설램을 줍니다.

 

 

 

 

 

 

꽃은 없었습니다.

다만, 산길을 오르는 노랗고 빨간 산객들의 옷차림에서 가을을 느껴봅니다.

사람이 다니던 세월 보다도 더 많은 억겁의 세월을 살아온 풀과 나무와 바위들의 텃밭을

인간들이 마구 헤치고 뒤집는것 같아 왠지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습니다..

 

 

 

 

 

 

 

 

 

 

금강산의 만물상에 비해 물론 규모는 작으나 그 생김새와 아름다운 산세는 뒤쳐질게 없더군요.

이름값을 하듯이 갖가지 형상의 바위들이 여기저기 불쑥불쑥 솟아 올라있습니다.

 

 

 

 

 

 

 

 

 

 

 

 

 

 

 

 

 

 

좌측 뾰족한 봉우리가 상아덤.

가야국 탄생의 설화가 베어있는 곳 입니다.

정견모주라는 여신이 상아덤에서 백성을 위해 기도하니 하늘의 천신이 내려와 자식을 낳고 살았는데, 

큰아들은 대가야의 시조인 이진아사왕이 되었고, 그 아우는 금관가야의 시조인 수로왕이 되었답니다.

그래서 이 산을 가야산이라 부르게 된겁니다..

 

 

상아덤에 올라서면 날이 좋은 날은 멀리 지리산 연봉도 조망이 된다는데.

약간 흐린 날씨에 멀리까지 조망은 무리고, 상아덤에서 칠불봉 능선을 올려다 보니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한 짙은 상림의 숲이 아름답네요..

길은 부드럽게 서성재 방향으로 내려섭니다.

 

 

 

 

 

 

 

 

 

 

퇴계 이황은 산에 드는 감흥을 친구에게 "그림으로 들어가네.." 라고 표현했다 합니다.

아마 이 만물상을 보았다면 그런 표현이 어울릴것 같네요..

 

 

 

 

상아덤에서 바라본 칠불봉 능선.

아래 움푹 패인 곳이 서성재..

이 곳에서 칠불봉으로 오르려면 직진하고, 용기골로 하산하려면 우측 계곡을 따라 내려서면 됩니다..

 

 

 

 

산길은 지방자치단체에게는 커다란 관광자원이 됩니다.

벼락처럼 불어난 등산인구 탓에 아웃도어 및 켐핑 용품 가게가 생겨나고

전국에 각 지역의 특색에 맞는 여러 길들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합천에서도 가야산 소리길을 만들어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는데,

가야산 입구에서 홍류동계곡을 거쳐 해인사까지 약 6km의 거리에

귀로는 계곡의 물소리를 듣고, 눈으로는 단풍숲을 보며 걷는, 가을에 특히 기대되는 숲길입니다..

 

 

오대산 옛길

지리산 둘레길

제주 올레길

소백산 자락길

진안 마실길

북한산 둘레길

강화 나들길

산청 남명길

해남 정약용유배길

태백 분주령길

부안 내변산길

안동 퇴계오솔길

제주 사려니 숲길

가야산 소릿길

울진 왕피천길.......

앞으로 한 달에 한 곳씩 걸어 볼 아름다운 한국의 길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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