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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방

반야봉 박산행

반야봉 중봉 비박

 

 

일   시 : 2011년 11월 12일~13일 (1박2일)

산행지 : 지리산 반야봉

코   스 : 심원마을 - 대소골 - 반야비트 - 심원삼거리 (1박) - 반야중봉 - 반야봉 - 노루목 - 노고단 - 성삼재 - 심원마을

함께한 이 : 산구화님, 애처님, 나... 3명

별 바쁜 일도 없었는데, 지난주 산행기를 금요일에야 올리는 게으름을 탓하며...

 

 

 

 

깊어가던 가을은 벌써 겨울의 문 앞에 와있습니다.

온 산을 붉게 물들였던, 그렇게도 곱던 단풍은 스스로 떨어져 제 발밑등을 감싸고,

아침이슬을 안고서 그 빛깔 만큼은 여전히 곱습니다.

계절에 밀려 작은 벌레들은 몸을 보존하려고 모두들 낙엽 아래로 숨어들고,

겨울채비를 끝냈는지, 다람쥐와 청솔모도 자취를 감추고 보이질 않습니다...

 

마음의 빗장을 열고, 온 산의 정기를 다 받으러 또 다시 지리산에 들었습니다..

근자에 산행을 같이할 기회가 많아진, 멀리 떨어져 자주 볼 수 없는 큰누이같은, 산구화님과 우리부부....

 

 

 

 

대소골 문 앞에 섭니다.

전날 내린 가을비에 계곡 수량이 불어나 흡사 여름 계곡처럼 보이지만

주변을 맴도는 차가워진 기운과 잎을 떨군 나무사이로 빛나는 아침 햇살 마저도,

두 눈엔 완연한 가을색입니다..

 

가을 계곡은 조용합니다.

흐르는 물소리도 귀에는 없고, 종알대던 새들의 울음소리도 사라진 대소골은 소란스럽지 않았습니다.

가끔 보이는, 아직 지지 않은 작은 풀과 꽃들이 대견스럽습니다.

 

 

 

 

 

 

해발 1600, 반야비트에서...

한숨 돌리고 둘러본 바위 틈새로, 똑..똑..똑.. 석간수가 흐릅니다..

이 깊고도 짙은 심신 산중에선 생명수와 같지요..

수낭 가득 물을 받아 마지막 한피치 올립니다...

 

 

심원삼거리 박터에 자리를 폅니다.

북쪽 사면을 넘는 매서운 칼바람은 잎사귀를 다 떨군 나무 사이로 휘감아돌며 휘파람 소리를 내밷고

쟁쟁거리는 칼바람을 피해 곱게 누운 풀위에 집을 지었습니다..

 

바람이 들지 않는 안온한 사이트에 산해진미로 만찬을 열고

밤새 바람은 불어재껴도 열엿새 둥근달이 아름다웠습니다. 

술잔에 하늘을 담고, 출렁이는 달무리를 한 입 가득 마십니다.

 

나뭇가지에 걸린 밝은 달과 주변을 반짝이는 별들..

갑자기, 호수에 잠긴 달과 대작하던 이태백이 생각납니다... 신선놀음이지요..

 

 

텐트 문을 열고 새벽을 내다 보았습니다..

주변은 안개에 가려 온통 뿌옇기만한데

반야봉 일출이 눈에 밟혀, 홀로 새벽길을 걸어 중봉을 거쳐 내달은 김에 반야봉까지 가봅니다.

짙은 구름에 한참이나 고개를 들지 못하던 태양도 이내 온 하늘을 붉게 물들이자

지리산 주능선도 밝아오는 아침 여명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서쪽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얀 낮달이 떴습니다..

간 밤의 짙은 안개때문에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게 한이되었는지

더 밝고 뚜렷한게 아름답습니다.

어느 시인은 둥근 달을 우주 밖으로 나가는 문이라고도 합니다...

 

 

 

 

 

 

 

 

 

 

 

 

박터에서 자리를 정리하고 ..

 

 

일출 때와 또 다른 상봉과 주능선의 모습..

 

 

노루목에서 노고단 까지 능선 모습..

 

 

 

 

 

 

반야봉 정상에서..

 

 

 

 

 

 

 

 

 

 

휴일을 맞아 사람 가득한 노고단 대피소에서 산구화님이 끓여준 가쯔오우동으로 점심을 먹고

짧지 않은 이틀 간의 산행을 마무리 합니다.

전형적인 가을 날씨에 안개는 자욱했어도, 단촐한 인원이 깊디 깊은 산중에서

지리산 속 살 실핏줄을 더듬어 본, 재미있고 행복한 이틀간의 여정이었습니다.

 

주말이 다가오는 금요일 오늘, 겨울이 오기 전에 한 번 더 가질려는지...

벌써 마음은 콩밭에 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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