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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방

만복대

만  복  대

 

 

일   시 : 2012년 1월 24일 (화요일, 설연휴 마지막 날)

산행지 : 지리산 만복대

코   스 : 상위마을 - 묘봉치 - 만복대 - 상위마을 원점회귀

누구랑 : 참으로 오랜만에 혼자.. 

 

 

연초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흰 눈에 덮힌 백록담에서 망망대해 태평양을 발아래 굽어보며 감탄사를 연발할 시간인데..

옆지기가 병원 신세를 지는 바람에 제주행 배편도 취소하고,

연초부터 괜시리 마음만 부산합니다.

 

 

 

 

음력으로 새해는 밝았고 사흘간의 황금연휴가 왔지만, 차례준비에 하루, 성묘 가는데 하루...

마지막 하루라도 산에 가야겠는데, 항상 둘이 다니다 혼자 가려니 어째 썩 상쾌한 기분은 아니라서..

스~을쩍 옆지기 눈치를 봅니다..

가지마라한들 안 갈 내가 아니라서...그냥 눈치만 한 번 봤습니다..

열시가 다 되서야 집을 나서니 여기저기 코스를 고를 여지가 있는것도 아니라서

접근이 빠르고 산행 시간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서북능선, 그것도 만복대로 향합니다....

 

 

 

 

 

 

 

 

 

 

무슨 겨울이 눈 구경하기가 이리도 어려운지..

작년만 같아도 겨울 내내 흰눈이 내려 어느 산을 가나 눈밭에서 뒹굴수 있었는데..

구례를 지나 산동에 들어설 때까지도 눈내린 흔적도 볼 수가 없네요.

상위마을에 내려 차를 주차하고 채비를 마치니 무려 10시 50분..

후다다닥 익숙한 산길로 들어섭니다.

공기는 차가웠지만 숲 속 개울에서 들려오는 물소리와 이름모를 새들의 울음소리...

봄인가 했습니다...

 

 

 

 

 

 

 

 

 

 

 

 

 

 

둘이 다니던 습관이 몸에 베어서, 나도 모르게 몇 번 뒤를 돌아보다가 혼자 피식 웃기도 했습니다.

혼자 걸으니, 다리쉼도 줄어들고 간식먹는 시간도 없이 한걸음에 묘봉치에 도착하네요.

한 숨 돌리며 만복대를 바라보니 희끗희끗한 모습에 살짝 눈꽃에 대한 기대를 해봅니다.

 

 

 

 

 

 

 

 

 

 

노고단과 반야봉은 검은 눈구름에 가려 정수리를 내보이지 않습니다.

내가 서있는 자리에도 눈구름이 잠깐잠깐 휩쓸고 지나기를 몇차례.

만복대가 가장 잘 내다 보이는 언덕에서 늦은 점심으로 떡라면에 막걸리 한잔..

걸인의 오찬에 천상의 풍경을 안주삼아 혼자 취해 봅니다..

 

 

 

 

 

 

정상에 서니 손가락은 감각을 잃고.

살을 에이는 찬 기온은, 잠시 사진을 찍는 동안에도 온 몸을 움츠리게 합니다.

 

잎을 잃은 철쭉 가지엔 흰 눈꽃이 피었습니다.

고리봉, 세동치, 그리고 세걸산도 모두다 흰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정령치 방향도 흰눈에 덮혔고, 바래봉쪽은 아예 보이질 않습니다.

그나마 잠깐씩 보여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한 설산은,

홀로 찾은 산객의 마음을 만족시키는데 부족함이 없습니다.

철쭉나무에 얹혀진 흰눈은 얼마나 희고 예쁘던지, 백옥같은 순백의 오염되지 않은 자연입니다.

 

 

 

 

 

 

 

 

 

 

 

 

 

 

 

 

 

 

파란 산죽도, 만복대 돌탑도 흰고깔로 색을 바꾸었네요.

갈색의 산등성이는 쌓인 눈으로 선이 더욱 선명해졌습니다.

시간도 늦고 추위에 견디기 힘들어 산을 내려오는데, 서쪽부터 시커먼 눈구름이 다시 몰려듭니다.

 

 

 

 

 

 

 

 

 

 

하산길에 지난 몇년을 생각해봅니다.

크건 작건 뚜렷한 목표가 없이 훌쩍 보내버린 시간들 때문에 별로 이루어 놓은 일이 없음을 반성해보고

앞으로 살아갈 세월도 짧지 않을 거라는 믿음으로 작은 목표 몇가지를 생각해 두었습니다..

금년 말에 다시 이 만복대를 찾을때, 이 날을 기억하겠습니다.

 

하늘이 흐려지니 하산을 재촉합니다.

바쁜 발걸음에도 하얀 지리산은 곱고 아름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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