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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방

바래봉 재활산행

바 래 봉    재 활 산 행

 

 

일   시 : 2012년 2월 5일 (일요일)

산행지 : 지리산 바래봉

코   스 : 남원 운봉 - 운지사 - 팔랑치 삼거리 - 바래봉 - 임도 - 운봉 눈꽃축제장

 

 

새해들어 옆지기 수술과 어머니 입원, 거기다 작은아버지 임종까지..

참 여러 일들이 짧은 시간에 일어났습니다.

 

옆지기는 몸이 많이 좋아져 일상 생활에 지장이 없기는 하지만, 

산에 가기는 아직 무리인것 같아서 혼자 가려 했는데, 지리산을 간다하니 굳이 같이 가겠답니다.

그래서 배낭 두 개를 꾸리고 있는데, 그냥 혼자 갔다오랍니다.. 이랬다 저랬다...

혼자 가는 꼴은 배아퍼 못 보겠고, 따라 가자니 몸이 걱정되고,... 뭐 이런거겠지요..

그래서, 짧고 걷기 편한 바래봉으로 코스를 바꾸어 함께 가자했더니 표정부터 바뀌데요..

결국, 재활산행 겸 눈구경 겸 바래봉을 다녀왔습니다..

  

 

 

 

순천 완주간 고속도로는 한산하고, 하늘은 금방이라도 눈을 뿌릴 기세로 흐리더니.

남원에 가까워지자 드디어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합니다.

 

이삼일 전 전국에 눈이 제법 내렸지요..

팔랑치 삼거리에서 샘터가는 길 주변의 멋드러진 눈꽃을 은근히 기대했답니다..

 

 

 

 

눈꽃축제가 열리는 허브랜드 눈썰매장의 아이들은

눈밭을 뒹굴거나 밤톨만한 눈뭉치를 만들어 눈싸움을 하기도 하고

아빠들이 끌어주는 썰매를 타는 녀석들은 입을 귀에 걸고 즐거워 합니다..

 

 

운지사를 거쳐 팔랑치 삼거리로 오르는 내내

발 아래로는, 뽀드득거리며 발걸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푹신한 눈길이 열려있고...

고개를 들어보면, 그 눈은 다시 소나무 사이로 잠깐씩 내미는 햇살을 안고

다소곳한 여인네 발걸음 마냥 사뿐사뿐 내려옵니다..

누군가 그랬습니다.

향기도 없고, 쉽게 만지기도 어려운..

바람불면 날아가 버리고, 잠깐의 햇살에도 사라지는..  

그래서 눈꽃의 아름다움은 소멸의 미학이라고..

세상의 모든 허물과 질시와 반목 까지도 모두 덮어 밝게 빛내는 아름다움..  

 

 

 

 

처음엔 괜히 가자고 한 건 아닌지 걱정했지만

엉금엉금.. 속도는 예전만 못해도 우려했던 것 보다는 잘 올라옵니다.

반시간이면 오를, 이 편한 숲길을 한시간 동안 걸었습니다.

 

 

 

 

 

 

바래봉 샘터에 도착하니 반가운 분들이 계십니다.. 

식사를 마치고 주변 정리를 하시던 심마니님과 카이님을 만난겁니다.

심마니님은 지난 1월 세석 오름길에 만나 점심도 못나누었는데

이 날도 쓴 술 한 잔 못 나눔이 또 마음에 걸리네요..

 

 

 

 

 

 

 

 

 

 

 

 

 

 

흐린 날 임에도 운봉 너른 들판과 고남산을 타고 넘는 대간 줄기의 산세는 뚜렷합니다.

팔랑치와 부운치 그 너머 세걸산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선도 흐리긴 하지만 그 장쾌함은 숨기지 못합니다..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한 눈밭에서, 점심으로 처음 준비해간 일회용 떡국과 라면을 끓였습니다.

면이 끓는 동안 슬라이스를 구워 막걸리 한 잔을 막 마시려는 순간 

다 끓여놓은 라면을 젓가락으로 툭 건드려 하얀 눈밭 위에 엎어버렸습니다..

낭패...

눈위에 쏟아진 라면 한 젓가락을 시챗말로 땅거지 마냥 집어 먹어봅니다.

오히려 향긋한 침엽수의 오래 묵은 세월의 향내.. 

오찬을 마치고 일어서자 눈발이 날리고 바람마져 불어옵니다.

바람이 머물지 못하고 황량한 흰 벌판이 되어 버린 바래봉...

 

 

 

 

 

 

 

 

인증샷만 남기고 재빨리 임도로 하산합니다.

비료포대를 썰매 삼아 미끄럼타는 애들같은 어른들..

 

눈길에 미끄러진건지, 119 구급대가 중턱까지 올라와 환자를 돌보고 있습니다..

다리에 부목을 대고 이송하는 대원들.. 

아무리 길이 좋아도 겨울산 특히 눈길은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어제 화요일, 모친은 퇴원하시고..

옆지기도 재활산행 잘 다녀왔고..

작은아버지 삼일장도 마치고...

올 한 해 모든 액땜은 이 것으로 지나가길...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 살아가길..

바래봉에서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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