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리 산 바 래 봉
일 시 : 2014년 12월 13일 ~ 14일 (1박2일)
산행지 : 지리산 바래봉 (해발 1,165m)
코 스 : 운봉 주차장 - 운지사 - 임도 - 바래봉샘터(박) - 바래봉 - 운봉
대한민국 100대 명산 그 다섯번째 산행..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주말이다.
덕분에 지리산을 비롯한 고산에는 눈꽃이 만발하였다니
어디로든 비박산행을 가려했던 마음에 불을 지르는구나...
'어디로 갈까'.. 긴 생각 할 것 없이 가깝고 여러가지 산행 여건이 좋은 바래봉으로 출발..
구례까지만해도 눈 구경하기 힘들던 길이 남원쪽으로 접어들자 세상이 달라져
운봉면 소재지에는 이미 길은 빙판으로 변해 라면 하나 사러 가기도 접근이 어렵다.
엉금엉금 차를 몰아 운봉주차장에 도착했으나 주차장에는 차도 없고
황량함과 찬바람만이 그 넓은 공간을 휘몰아친다.
그래도 간간히 내 보이는 파란 하늘을 위안삼아 배낭을 메고 산길로 접어들다.
운지사 단감은 눈을 덮어 쓰고, 모델이 되려는지 까치를 기다리는건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리99의 탐구산행팀을 만났다.
가객님 호원님 호진네 부부와 혜영님 등등.
다들 반가웠지만 그 흔한 사진 한 장 찍질 못했네..
운지사를 거쳐 얼마나 올랐을까 짙은 구름이 하늘을 가려
이미 세상은 온통 잿빛으로 변해 해질녁처럼 어둑하다.
배낭의 무게감이 상당한데도 워낙 차가운 기온에 땀도 별로 나질 않는다.
눈에 덮혀 회색빛으로 변한 그림같은 바래봉 삼나무숲 풍경..
맑은날은 맑은날 대로 흐린날은 흐린날 대로
그 나름의 멋과 운치는 세상 어디 내놔도 손색없다..
호사다마라 했던가.
팔랑치 삼거리에서 바래지 않던 실랑이가 있었고..
그 난리통에 진주아재님과 재길이 일행과도 헤어져 버리고
우리 내외만이 잠시 숨바꼭질 끝에 어찌어찌 조용하고 안온한 터를 잡았다.
늦은 시간이 아님에도 날씨 탓인지 주변은 급속히 어두어진다.
기온은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가고 체감온도는 영하 20도..
말 그대로 살을 에이는 추위다.
곱은 손을 비벼가며 랜턴을 켜고 탠트를 치고 준비한 고기를 굽고
안도의 술 한 잔을 마시려는데 금새 수낭의 물이 얼고 있다..
바람은 거세게 불어 탠트를 날릴 기세고 점점 내려가는 채감온도에 먹는 일도 고통이라..
추위에 눌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비록 텐트 밖 세상은 붕붕대는 바람소리와 나뭇가지 부딪는 소리로 주변 상황을 짐작케했지만
초저녁 추위와 달리 새벽녁에는 약간 덥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눈 요람 위에서의 밤은 편안하고 깊게 잠을 잤던 것 같다.
8시가 다 되어서야 잠에서 깨어 탠트 창문을 열자
바깥 세상은 그야말로 동화 속 그림의 한 장면이 펼쳐져 있었다.
파란 하늘과 하얀 눈세상.
그 거세던 바람도 잠잠해졌고 따뜻하고 포근한 아침이 밝았다.
동쪽 능선을 넘어오는 햇살이 어제의 잿빛 도화지에 아름다운 색을 입혔다...
바래봉에서 지리산 서북능선을 바라보다.
팔랑치로 세걸산 그리고 만복대를 거쳐 노고단 그리고 반야봉까지.
그림같은 능선의 파도..
클릭하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저 멀리 천왕봉과 중봉 하봉....
손에 잡힐듯...
추위와 숨바꼭질 때문에 어제 못 올랐던 바래봉 인증사진도 찍고
노고단부터 천왕봉까지 일사천리로 내 달리는 지리 주능선에 긴 탄식을 내 뿜기도 하고
바쁠 것 없는 발걸음에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어제 난리통에 헤어져 함께 하지 못했던 아재님과 재길이 등등 지인들을
샘터 근처에서 다시 만나 지난 밤 일들을 무용담으로 쏟아내며 안부를 묻고
간 밤의 회포를 잠깐의 넉두리로 풀어내었다..
따뜻한 집 놔두고 뭐하러 이 추운 겨울에 눈 속에서 시키지도 않은 개고생을 하는지..
그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이것도 중독인건 틀림없다.
그 맛에 한 번 빠져들면 헤어나오기 힘드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