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방

대둔산의 추억

 

대둔산의 추억

 

32년 전 아직 청년 시절

대둔산에서의 비박

지금도 또렷한 그 날의 기억이 새로워 혼자 실실 웃기도하고

그 길을 같이 걸었던 친구들이 무지하게 보고싶어지는 날이다.

베낭보다 더 무거운 등산화와 장정 예닐곱도 잘 수있는 지고 가기도 힘든 텐트를 메고

털털대는 완행을 세번이나 갈아타고서 도착한 대둔산 자락

옆 텐트에서는 남녀 대학생들이 야전을 틀어 놓고서 고고를 춰대는데 부러워 쳐다보기만 하던 시절

들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엠티가서 야전만한게 없다.킵온런링이 흘러 나오고 존덴버와 엘비스도 찬조 출연하고서 그렇게 밤이 깊어 간다.

갑작스레 비가 퍼붓는 우중 비박, 탠트 들고서 허둥대던 그 시절

논산으로 넘어가는 길목 주막에서 친구들과 나눠 마시던 막걸리 한 됫빡

아련한 추억이 설래임으로 가슴을 요동치게 한 하루였다.

 

 

 

벼가 익어가는 가을 들녁을 가로질러 대둔산에 다다른다.

아직은 푸른기운이 더하는 산야이건만 군데군데 단풍은 깊어가고

경치는 뻬어나게 아름답고 공기마저 맑은, 말 그대로 좋은 풍광이 이렇하겠지 싶다.

전주에서 완주가는 국도변의 촌집들 주변에 가지가 끊어질 듯 결실을 기다리며 땅에 코를 박은 감나무가 지천에 널려있어

다시 한 번 가을을 실감하고

 

존재의 흐름을 이미 넘어서 평안의 길에 들어선 구도자의 모습을 닮은 돌탑과 암봉들이

감성 풍부한 세상을 산에서 배우게 한다.

 

대둔산의 산세는 웅장하고 넓은 풍체가 위압감이있어 

화면 공간을 힘차게 채워주는 선과 면의 입체감으로 보는 이의 눈을 단방에 제압한다.

 

동양화의 여백의 효과를 보여주는 지나온 능선들은

문명의 이기인 카메라도 다양한 색채의 울림을 잡을 수는 없었다.

그 어느 예술 작품보다도, 사실적인 형상 보다도 도드라져 보인다.

 

산자락의 자연의 울림을 담아내고 싶어하는 예술가의 욕심으로도

그 땅의 향기마저 담아낼 수는 없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마천대로 오르는 삼선교와 구름다라까지 이어주는 케이블카.

우회로 오르는 잘 닦인 산길이 있건만 기록적인 철구조물들이 사실 암봉의 포스를 깍아내린다.

인간의 한 없는 욕심이 낳은 편리와 잇속이 맞아 떨어져 산은 멍들어간다.

 

기름 냄새를 잔뜩 칠하고서 철덩어리 구조물은 인간들을 실어 나른다.

그림같은 산은 유원지가 되어 이미 행락객의 발아래 처참히 무너져 내리고 있다.

또 다시 이런 공룡의 굉음을 영산 지리산을 비롯한 국립공원마다 울려퍼지게 하여, 산을 짓밟아야 할 것인가.

이미 대둔산은 위락시설이되어 황폐화되어 가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후        기 :  또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오늘 걸었던 이 길을 아스라히 추억하며 실실 웃기도 하며

                 나는 또 오늘 함께한 친구들을 기억할 것이다.

                 한 없는 과거와 미래를 잇는 지금이, 그리고 이 길을 걷는 일이 아름다움이며 행복이다.

'산행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야산 눈꽃 산행 인물  (0) 2009.11.16
거망산 가을 산행  (0) 2009.10.28
내변산 풍경  (0) 2009.09.14
직소포에 들다.  (0) 2009.09.14
장수군 장안산  (0) 2009.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