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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방

소은산막 가는 길..

불일계곡  소은산막

 

일   시 : 2010년 12월 4일 ~ 5일 ( 1박 2일 )

산행지 : 지리산 불일계곡 소은산막

코   스 : 1일차 : 섬진강변 전망이 최고인 비박지에서 1박

            2일차 : 쌍계사 - 불일폭포 - 불일암 - 향로봉 - 소은산막 - 활인령 - 내원수행촌 - 사관원 - 도성암 - 법고연습장 - 쌍계사

함께한 이 : 이장네 부부와 우리 부부 4명

 

 

 

 

주말이면 어김없이 산으로 가는 습관은 이제 몸에 익었다.

거기다 지리산 언저리에서 비박하는 재미까지 덧 붙였으니....

 

이번 주는 어디로 갈건지 고민하던 차에 이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술 한 잔 나누기를 권하니, 비박을 핑계삼아 자연스럽게 지리산으로 향했다..

좋은 친구 이장네... 내리 삼주째 동반 산행이다..

 

 

 

 

 

 

섬진강이 발 아래 내려다 보이는 멋진 박터에 자리를 잡고, 히레사케를 뎁혀 몇순배 술잔을 기울이니

하늘의 총총한 별들은 섬진 나루에 머물고, 바람마저 잠들은 겨울 강변은 백운산 자락마저 빨아들여

어두운 밤공기와 함께하는 산그리메와 물흐름은 그 실루엣만이 눈에 아른거렸다.. 

 

 

빨간 해를 품은 섬진강 일출은, 순간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이며

남해바다 먼 곳으로 부터 산을 넘어 솟았고, 따스한 훈풍으로 우리에게 밝은 아침을 선사했다..

 

 

 

 

사평역님표 미역국에 해장겸 배부른 아침을 든든히 먹고 들머리인 쌍계사로 향했다..

계곡으로 오르려다 매표소 직원과 약간의 실랑이 끝에 정규등로로 오르기 위해 쌍계사 경내로 들어서니

아침 햇살에 빛나는 단아한 기와지붕 아래로, 흐르듯 빗어내린 단청의 고운 빛깔은 가을 단풍 보다도 오히려 곱다...

 

 

 

 

 

 

석탑을 바라보듯 향한 연등은 따스한 햇살 속에 봄처럼 더욱 빛났다.

경내를 휘이 돌아 대웅전 뒷편 산길로 접어드니 숲속을 헤치고 햇살은 수정보다 밝게 빛나고

바람 한점 없는 온기는 겹겹이 껴입은 산꾼의 옷을 벗기기에 충분하였다..

 

 

 

 

 

 

신선이 된 최치원이 학을 불러 타고 다녔다는 환학대를 지나고

봉명산장에서 마시는 막걸리 한 잔에 산행의 모든 피로가 씻겨 나간다...

언제 봐도 양지에 자리한 산장의 모습이 마음에 들어, 이 곳에 들어와 살고 싶다는 가당찬은 욕심을 이야기하니 

자주 들러서 동동주 사 마시겠다는 이장네 부부... 

 

 

 

 

 

 

 

 

농을 주고 받자니 금새 불일폭포에 닿는다...

갈수기라서 수량은 애들 오줌줄기보다 못하지만, 그 높이와 규모는 장엄 그 자체다..

좁은 데크에서 식사 중인 무리들... 그 사이에 인증 샷 날리는 무리들.. 

그 틈에 우리도 기념으로 오늘 첨이자 마지막 단체사진 한 장을 남긴다...

 

 

다시, 왔던 데크 목재 계단을 올라, 산 사면에 빛이 잘 드는 양지 바른 곳에 자리잡은 불일암에 올랐다...

딸랑 암자 두 동이건만 자세와 품위가 남다르다..

불일암 바로 뒤편 사립문을 살며시 돌아 나와 불일폭포 위쪽으로 잘 닦여 낙엽이 수북한 사면길을 따라

미끄러지듯 향로봉(청학봉)으로 향한다..

 

 

 

 

 

 

지리산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포삭한 오솔길...

파란 하늘과 멋드러지게 어울어지는 적송 무리들..

불일암 스님들의 휴식처인가... 향로봉 정상에는 적송 사이로 해먹이 걸려있어 잠시 휴식을 취하고...

한여름 땀흘린 산꾼들을 위함인가 보다...

   

 

 

 

소현로를 지나면서 만나게되는 볼거리 하나..

나무 팻말에 곱게 씌어진 다양한 글귀들을 촘촘히 읽으면서 걷는다..

바위 하나, 늙어 쓰러진 나무 등걸 하나, 떨어지는 물 한방울 조차도

그 의미와 철학을 담아 내어, 지나는 산꾼들의 마음을 열어주는 아름다운 글들이다..

 

 

岩滴水 (암적수)

 

한방울 한방울 바위틈을 새어 나와

깊은 산 속 포르르 수정구슬인가

한모금 입안에 머금어 보면

세심 청심이 바로 이거다...

 

 

 

 

 

 

下心木 (하심목)

 

나는 죽어서도 하심하노라

이렇게 머리숙여 엎드려 있습니다...

하심합시다.

부디 머리 숙여 겸손하소서.

존경받으소서...

 

 

 

 

철 모르는 진달래는 졌다 피기를 반복하고, 가을 야생화는 이제 한 시기를 마감 하려는 듯 고개를 떨구고 있다.

홀로있는 남편을 찾는 부인의 발걸음 미끄러 지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남겨놓아 이 곳을 찻는 산꾼들이

한가지를 더 배우고 가게 만든다..

 

 

활인령을 거쳐 길은 소은산막으로 이어진다..

깊은 불일계곡을 거느리고 청학봉, 백학봉을 휘하에 두고서, 저 멀리 백운산 자락을 한 눈에 바라 보는 곳에 자리한 소은 산막..

심산 유곡 깊은 곳, 찾는 이가 없을 듯한데 오히려 주인은 없어도 찾아 오는 산꾼이 생각 보다 많았다..

 

 

 

 

처마에 댈롱이는 풍경이 바람에 운다...

그 소리에, 잠시 마음을 내려 놓았던 산객은 정신을 가다듬고... 

투박한 솜씨로 볏짚을 게어 붙인 황토벽이며...

써까레에 메달린 이름 모를 열매와 널어 놓은 고추들..

정지로 드나드는 햇살 좋은 곳에 놓인 장독대며 맷돌들...

따사로운 오후 한나절, 주인 행세하는 객들로 양철 처마 밑은 오히려 부산하다... 

 

 

 

 

 

 

 

 

 

 

 

 

활인령 아래 무명계곡에서 점심상을 편다..

배낭에서는 아직까지도 먹을거리가 쏟아져 나온다...

덕분에 점심까지도 배불리 먹고 나니, 주변에 모과나무에서 수확 후 버려진 못난 모과 몇개를 주워

좀 성한 녀석들은 차에 두려고 배낭에 담고, 몇개는 얇게 썰어 즉석 모과차를 끓이니 설탕이 없어 맛은 좀 떫으나

산상에서 자연산 모과차를 마시게되는 호사를 누리다니....ㅎ

 

 

 

 

부른 배를 앞장세워 정규등로로 나오는 길에는, 아직 지지 않은 억새며 때를 놓친 단풍들도 간혹 보인다..

하산길이 얼마 남지 않은 지점에서 사관원과 도성암을 들르기 위해 다시 한 번 빡센 오름짓을 한다..

 

 

 

 

 

 

 

 

산객을 맞는 일민 스님의 온화한 미소는, 초대하지 않은 불청객들을 오히려 수행을 방해한 죄송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돌리게 만들었지만

돌아 나오는 암자와 암자를 오가는 오솔길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사철 푸른 소나무, 잎을 떨군 참나무, 오묘하게 그 사이를 오가며 관계를 유지시켜주는 칡넝쿨들...

길은 깊고 좁지만, 오히려 넓어서 걷는 내내 발걸음은 되려 편안하다...

   

 

 

 

 

 

 

 

도성암을 뒤로하고 쌍계사 주차장에 당도하여

짧은 이틀간의 여행같은 산행길을 마감한다..

깊어 가는 겨울 자락을 이렇게라도 기쁜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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