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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방

바래봉 철쭉

바  래  봉  철  쭉

 

 

일   시 : 2011년 5월 22일 (일요일)

산행지 : 지리산 바래봉 (1,165m)

코   스 : 운봉 주차장 - 임도 - 바래봉 - 팔랑치 - 부운치 - 운봉 주차장

 

 

산악회 5월 정기산행날...

주말 비소식에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래도 한 달에 한 번가는 정기산행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

가랑비가 내리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 안에서 바라보는 지리산 자락은 구름은 낮게 깔려 운치있고

하늘금은 보일락말락 신비감마저 감도니, 이내 그 풍경에 감탄하고 있을 즈음...   

다행히도 거짓말처럼 비가 그친다...

이제는 밀려올 인파 걱정을 해야하는지...

 

 

 

 

 

 

봄이 무르익는 날..

국립종축장, 그 넓고 푸른 들판을 바라보며, 삼십여년전 양떼를 몰고 가던 양치기 소년과

양몰이 사냥개에 쫒겨 먼지 폴폴 날리며 바래봉으로 내 달리던 면양들의 시절을 생각한다.. 

가뿐 숨을 몰아 쉬고 한달음에 팔부능선까지 치고 오르자, 심한 갈증에 입술은 허옇게 타 오르고

새벽까지 퍼붓던 세찬 비에 젖은 찰흙같은 땅에선 용광로 보다도 뜨거운 김이 온 몸을 적시며

봄 햇살을 타고 등허리로 머릿 속으로 하염없이 흘러 내린다..  

 

 

한 숨 돌리고 나니 어느정도 운동이 된 것 같기도 하여

모임의 연장자들과 함께 걸으니, 왜 그런지 자연스럽게 나도 모르게 양팔은 뒷짐을 지고 팔자게걸음으로 걷게 되는지...

마음은 여유롭고 동네 뒷산에 오르는 가뿐한 기분으로 지리산 정기를 온 몸으로 받으며 걸으니

신기하게도 이제사 주변 운봉평야와 고남산, 그리고 대간줄기 능선들이 아련히 눈에 들어오는것 아닌가...

 

 

 

 

바래봉과 정령치로 갈리는 삼거리까지 산기슭의 철쭉은 이미 꽃이 지고 있어 빛도 바래고 그 고운 색감도 잃어

핏기 잃은 노인네 쭈그러진 팔뚝마냥 앙상하게 말라 붙어 있다..

그래도 팔랑치의 철쭉은 만개했기를 바라며... 

 

 

팔랑치의 철쭉 모습..

지난 겨울 이상한파로 꽃이 제대로 겨울을 보내지 못한 탓인지 예년의 아름다운 빛깔이 아니다.

하지만 능선을 휘감은 철쭉의 군락은 휘황찬란하다는 말로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처음 바래봉 철쭉을 접한 회원은 입이 벌어져 다믈지 못한다..

 

 

삼십여년을 양떼가 휩쓸고 간 이 자리에 철저히 양들로 부터 버림받았던 철쭉군락은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온 산을 붉게 물들이고 탐방객들의 사랑을 한껏 받고있다..

하지만 지금 바래봉 일원의 생태는, 가시가 억세기로 유명한 산딸기나무와 쇠물푸레나무등

전통의 관목들이 서서히 철쭉무리들을 밀어내고 있다.

이대로 이십여년 후면 바래봉 인근의 철쭉은 더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의 정설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철쭉이라도 자연의 복원력을 인위적으로 막을 수도 없는 일..

그렇다고 그대로 방치하여 이 아름다운 자연을 사라지게 하는 것도 안타까운 일...

산림청에서는 이미 바래봉 일대에 철쭉을 새로 식재하는 안을 세웠고

환경운동가들은 인공적인 식재에 반대의 뜻을 밝혔다고 한다..

 

올 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 숲의 해이다..

숲은 늪지와 더불어 인간에게는 허파와 같아서 훼손해서는 안될 존재인 것이다..

숲을 잘 가꾸고 관리하여 대대로 인간과 공존하는 일이 그만큼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겨우내 새 봄을 기다리며 몽우리 속에 갇혀있던 새싹과 작은 세상에 웅크렸던 꽃잎들이

그 좁은 세상을 박차고 지금과는 다른 넓은 세상으로 터져 나오며 흥미로워했겠듯이

이 길을 걷는 수많은 발길들도 껍질 속 세상의 신비로움이 그저 궁굼할 뿐이다..

그래도 어찌하랴..

이 또한 물처럼 금새 지나 갈 자연의 섭리인것을...

 

 

 

 

 

 

 

 

 

 

 

 

 

 

 

 

 

 

 

 

 

 

 

 

 

 

 

 

 

 

 

 

 

 

 

 

 

 

 

 

 

 

 

 

 

 

여유로운 산행은

각각의 시선대로 각각의 발걸음으로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한다..

 

봄 꽃 흐드러진 5월..

양떼들 노닐던 푸른 초원 바래봉에서 즐긴 철쭉과의 한 판 나들이..

봄에 흠뻑 젖은 즐거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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