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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방

영신봉

영  신  봉      

 

 

일   시 : 2012년 5월 26~27일 (1박 2일)

산행지 : 지리산 영신봉

코   스 : 첫째날 : 거림 - 거림골 - 거림옛길 - 낙남정맥길 - 음양수 - 세석대피소 - 영신봉 (1박)             

            둘째날 : 영신봉 - 세석대피소 - 촛대봉 - 청학연못 - 세석교 - 거림골 - 거림

함께한 이 : 산구화님, 이장님, 사평역님, 애처님, 나.... 그리고 박지에서 만난 사니조아님..    

 

 

어린 시절 5월을 생각하자면 

참 어렵게 살았던 때 였지만, 정이있고 꿈과 사랑이 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별 주전부리가 없어 비록 고구마를 깡깡 말린 빼깽이 나부랭이를 입에 불려 질겅질겅 씹으며

미친듯이 골목을 누비고 돌아 다녀도 마냥 즐겁기만 했었고

놀이터라 해봤자, 지리한 가뭄에 흙먼지 폴폴날리는 동네 공터를 안방마냥 뒹굴기도하고 

오뉴월 뙤약볕에 바람빠진 공을 차며 까만 바지가 햐얗게 먼지를 뒤집어쓸 때까지 정신없이 뛰어놀던  쪼무래기 시절..

일년에 두 번있는 명절 외에 유일하게 종합선물세트를 받을 수 있었던 어린이날이 끼어 있는 꿈과 같은 5월.. 

이 나이에도 속없이...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라고 어이없는 착각속에 살아갑니다..

나이먹으면 추억을 먹고 산다더니, 뻑하면 옛날 생각만 나니...

                                                                                                                                                       

 

May...

우리 말로는 5월, 혹은 젊은이나 새내기를 뜻하기도 하니

월령으로 치자면, 1년 중 가장 신선하고 풋풋한 시기라는 의미일겁니다..

어디로 눈을 돌려도, 사계절 중 가장 파릇하고 싱그러운 봄날, 지리산 중부능선에 올랐습니다.

석가탄신일을 맞아 황금의 사흘연휴에 복작거릴 지리산 풍경은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낙남정맥길의 시발점이자 종착역이기도 한 영신봉..

지리산 가운데 위치해 있어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거니와

한신계곡, 대성골, 거림골, 새게골 등등 수도 없이 많은 지계곡이 남북으로 가지친 곳.

다들 나름 비경을 자랑하지만, 그 중 오늘은 거림골을 올라 영신봉 비박을 계획하고 

요즘 산행 기회가 부쩍 많아진 산구화님과 부산의 이장네와 이른 아침 조우합니다.. 

솔바구산장 너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발걸음도 가벼이 숲으로 들어섰는데

봄가뭄인지, 거림골 수량도 줄어 들어 귀를 때리던 뇌우같던 물소리도 오늘은 힘을 잃었습니다..

 

 

북해도교다리 옆 너럭바위에서 잠깐의 다리쉼을 갖는데.

언제나처럼 한 잔의 막걸리는 박짐멘 어깨에 힘을 북돋아주니 산행의 즐거움 하나..

개인적으로, 과음만 아니라면 반주 한 잔은 산행의 힘이다.. 뭐..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세석대피소에 오르니, 점심시간이 훨씬 지났음에도

연휴에 산으로 밀려든 수많은 사람들로 대피소는 말 그대로 난리 북새통..

발디딜 틈도 없어 냄새나는 화장실 옆에서도 자리를 펴고 점심을 먹는 사람도 ...

수낭에 물을 떠 영신봉으로 오르는 도중, 돌발 상황이 발생하니 

난데없는 실전 공습경보에 산악 대피훈련까지..

 

 

 

 

 

 

영신봉에서 바라 본 일몰..

그 아래 박지...

 

 

 

 

 

 

 

 

 

 

6시가 넘어서야 박지를 다지고 텐트를 칩니다.., 

저녁을 준비 하려는데 부산의 사니조아님이 박지에 도착하여 함께 자리했습니다.

 

반야봉 너머로 붉은 기운을 남기고 해는 기울고

밤새 별은 빛났고, 남서쪽 하늘에는 초생달이 우리를 비춰주니 

그렇지 않아도 그림같은 숙영지는 달빛에 더 아름다웠습니다.

 

 

 

 

 

 

 

 

 

 

아침 5시에 일출을 보기 위해 눈을 떴습니다.

 

그림같은 천왕봉 실루엣 뒤로 붉은 기운이 넘실대더니 금새 빨간 해가 떠오릅니다.

구름 모자라도 쓰고 있거나, 아랫 동네에 운해라도 쫘~악 깔려주기를 내심 바랐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그건 부질었는 욕심일 뿐.. 이거라도 어디랍니까..

 

오래 여유부릴 자리가 아니라서 이른 아침을 먹고.

하루 편히 묵었던 자리를 깨끗히 정리한 뒤 다시 이튿날 산행을 시작합니다.

 

 

 

 

 

 

 

 

세석에서 촛대봉 오름길에, 예전같으면 지천으로 피어있어야 할 철쭉은 군데군데 피어있어

사진으로 남길 정도의 꽃은 보이질 않습니다.

 

촛대봉에 도착. 천왕봉 쪽으로 계속 진행해야하는 이장네 부부와 사니조아님과 아쉬운 이별을 합니다.

산구화님과 우리 부부는 촛대봉 사면을 돌아 시루봉쪽으로...

가을이면 구절초 만발할 이 길을 꽃은 없어도 다행히 파란 새싹들이 반겨주었습니다.

 

 

 

 

 

 

 

 

 

 

 

 

시루봉 못미쳐 청학연못으로 들어섭니다.

 

천혜의 비경 청학에도 비박팀들이 자리를 잡고 해가 중천인데도 왁자지껄 떠들어댑니다..

내가 처음 청학연못을 찾았을 떄만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안내산악회에서도 찾는 곳이 되 버렸으니.. 아쉬운 마음이 남습니다. 

사진 몇장 찍고, 

딱히 길이라 할 것도 없는 잡목과 너덜을 지나 건계곡을 따라 내려오니 세석교에 다다릅니다.

남은 커피와 모닝 빵으로 간식을 먹으며, 부지런히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거림에 하산하여 시원한 아이스크림 한개 입에 물고 

하늘 아래 우뚝선 지리산을 바라보며 이틀간의 산행을 마감합니다.

산이 좋아 산에 가니, 다른 조건은 뭐가 필요하겠습니까.

그 곳에서 만난 사람도 그냥 그대로 좋은 것이고요.

산이좋아 물이 좋아 나무와 푸른 숲도 좋아 거기다 파란 하늘과 밝은 별과 달은 더 좋았답니다..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다음 산행은 어디로 가나..

참 고민 많아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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