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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방

따로 또 같이...

따로 또 같이.. (창불대)

 

 

일   시 : 2012년 6월 23~24 (1박2일)

산행지 : 영신봉 창불대

코   스 : 첫째날 : 거림 - 거림골 - 거림삼거리 - 새석대피소(back) - 음양수샘 - 창불대 안부 (박)

            이튿날 : 박 터 - 창불대 - 영신대 - 영신봉 - 세석대피소 - 거림골 - 거림

함께한 이 : 부산의 이장님, 사평역님, 그리고님, 애처님, 나...

 

 

사람 사는 일 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딱 이거다 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자기다움을 잃지않고 사람답게 사는.. 그러면서

열심히 즐기고,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고, 

여유가 있다면 나보다 어려운 주변을 위해 좀 더 배풀며 사는게, 잘 사는 일이 아닐까요. 

좋은 일만 보고 생각하면서 살아도 모자란 것이, 욕심많은 인간의 시간이 아닌가 합니다.

 

지난 주, 장가도 못 간 젊은 직원을 저 먼 하늘나라로 떠나 보내고

사람 사는 일.. 짧지만, 할 일은 참 많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편치 않은 마음으로 일주일을 지내다,

지리산 소띠 친구들 모임이 공지되었지만

많은 사람들과 복작거리는게 좀 그래서 조용한 박산행을 보내고 왔습니다.

 

 

 

 

일출봉에 올라, 뜨고 지는 해를 볼까 생각했다가

오후에 출발하는 이장네와 저녁때 만나기 쉬운, 창불대 쪽으로 산행계획을 잡고

우리 내외 둘이서 거림을 출발해, 달포 전 걸었던 거림골을 따라 산행을 시작합니다.

 

심각한 가뭄의 여파는, 이 깊고 깊은 지리산 산중 거림골에도 여지없이 몰아쳐

물길은 바위 아래로 숨어들고, 바위를 뛰어 넘던 엄청난 물소리도 사라져

고요한 골짜기가 적막하기까지 합니다.

 

 

거림에서 세석 오름길은, 걷기 편하도록 푹신한 흙을 깔고 너덜길들을 정리했는데

다만 전날 저녁에 약간 내린 비때문에, 젖은 바위에 묻은 진흙이 미끄러워 조심해야했습니다.

 

6월이니 지금이 봄은 분명 아닌거고, 여름이라고 하기에는 더위도 좀 덜한 것 같고..

애매하지만 그래도 숲은 빠르게 짙어갑니다..

 

 

거림삼거리에서 음양수로 가야하는데, 아무 생각없이 우측으로 걸어 올라갑니다..

세석대피소가 눈 앞에 나타납니다.. 우씨...

박짐메고 1km를 다시 되돌아 내려갑니다.. 터덜터덜..

음양수샘에서 수낭에 물을 받아 창불대 안부로 오르는데 숨은 턱까지 차오르고...

그래도 간간히 새소리와 바람에 일렁이는 나뭇잎 소리는

더운 산행에 오를대로 오른 온 몸의 열기를 단박에 식혀줍니다.

 

 

그래도 창불대 아래 안부는 넓고 아늑해서 여러 동의 텐트를 칠만한 공간이 있었습니다.. 

먼저 텐트를 치고, 하루 산행을 마감하는 목마름과 굶주림에 대한 보상으로  

고기를 구워 맥주 한잔으로 갈증을 풀어봅니다.

숲 사이로 아름다운 해넘이는 아른거리는데 먹고 마시느라 잠시 지체했더니

해는 그 사이, 힘을 잃고 짜잔한 모습으로 구름 속으로 사라져 버립니다..

먹는데 온 정신을 팔고 해넘이도 못 보다니... 

 

 

 

 

 

 

 

 

촛대봉과 시루봉 능선..

시루봉 왼편, 깍아 논 손톱처럼 청학연못 슬랩바위도 조망됩니다..

 

 

삼신봉으로 이어지는 남부능선..

 

 

기다리던 이장에게서 가까이 왔다는 전화가 옵니다.

빛의 속도로 걸었나 축지법을 썼나, 거림 출발 세시간도 안되어 박지에 거의 도착하다니... 

마음은 바빠져 찌게를 끓이고 밥을 올립니다.

 

 

 

 

 

 

잠시 후 박지로 올라오는 불빛 세개가 깜빡거립니다.

이장네 부부와 그리고님.. 

깜깜한 야밤에 산 속에서 만나니 이산가족이라도 상봉한듯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오늘은 사평역님의 생일입니다..

그리고님이 지고 올라온 케익..

박짐 속에서도 형태가 온전하게 가져오느라, 온 신경을 다 썼을 생각하니 그 정성이 대단합니다.

돌잔치인양 촛불 한 개를 꼽고 축하 노래와 맥주 한잔으로 생일을 축하합니다..

이런저런 얘기로 시간은 자정으로 내 달리니..

충분히 피곤한 몸으로 잠자리에 들어 푸~욱 잤습니다.. 

 

 

일출을 보겠다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 이장 목소리에 잠에서 깨어, 

짙은 구름에 가려버린 아침해는 보지 못했지만,

맛있는 미역국으로 해장을 하고, 아무도 아니 다녀간듯 주변 정리를 마치고

둘째날 산행을 시작합니다..

 

 

 

 

 

 

지리산 중 암봉으로는 최고라할 수 있는 창불대에 도착 

주변을 내려다 보는데 오금이 저릴 정도로 아찔합니다.

그 아래 나바론 계곡 우측인지 좌측인지는 기억 나질 않아도 언젠가 올라왔던 기억이...

올라올땐 멋 모르고 올랐지만 내려보니 다시 올라올 수 없을 것 같은 아찔한 직벽입니다.

 

 

 

 

 

 

기돗발이 잘 받는다는 영신대..

깍아지른 높은 직벽에 수만년의 세월을 품고 도도히 서 있습니다.

영신대 부근에서 여러번 길을 잃었던 기억이 또 새롭습니다..

 

 

 

 

 

 

 

 

나무 가지에 카메라를 끼워 넣고서 단체사진을 찍습니다..

가지에 눌려 버튼이 돌아가 몇번 다시 찍은 사진...

 

 

 

 

 

 

발목 힘줄이 따끔거리던게, 둘째날도 나아지질 않아 이장네와는 하산코스를 달리잡습니다.

새석에 도착하여 이장네와 헤어집니다.

우리는 거림으로 바로 하산하고 이장네는 청학을 거쳐 도장골로 하산합니다.

 

 

목적지를 정해 놓고 박지에서 만나는 "따로, 또 같이 산행"...

처음이라 새로웠고, 반가움도 배가되는 산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생일을 맞이한 사평님.. 그 좋아하는 떡 한 쪼가리 가져가지 못해 지금도 마음이 짭짭합니다..

담에 보자는 넘, 별볼일 없지만서도..

담을 기약합니다..

 

 

 

 

링컨이 요런 말을 했다지요.

"미래가 좋은 것은 한꺼번에 다가오지 않고 하루하루씩 다가오기 때문이다..."

지금 행복 속에 살고 있어도, 지금 고통 속에 헤메고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변할 수 있다는 말이지요..

그래서 지금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자기다움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가장 사람답게 사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지금 충실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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