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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방

아들과 만복대의 아침을 ...

아들과 만복대의 아침을 ...  

 

 

일   시 : 2012년 6월 9일~10일 (1박2일)

산행지 : 지리산 만복대

코   스 : 산동 상위마을 - 묘봉치 - 만복대핼기장(박) - 만복대 - 상위마을 원점회귀

함께한 이 : 우리 부부와 휴가 나온 상준이를 데리고..

 

 

22 년 전, 둘째로 아들을 낳고 엄청 기뻐했습니다.

4kg짜리 갓난애기는 나보다 키도 크고 몸무게도 더 나가는 어른의 몸집이 되었지만 

아직 우리 눈에는 어린애나 다름없습니다..

작년 가을에 군에 입대했으니 10개월째 군생활을 하다 토요일날 첫 정식휴가를 받아 집에 왔습니다.

여수에서 근무하니 아침 출근길에 가끔은 해양경찰서 정문에 근무중인 아들을 볼 수도 있지만

휴가받아 집에 오니 더 반갑고 좋은데, 애 엄마는 유독 아들 휴가를 손꼽아 기다렸답니다.

이유인즉슨, 아들 휴가 나오면 함께 박산행 가는게 꿈이었다나 뭐라나..

별 소박한 꿈도...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소박한 것도 아닌것이..

휴가나오면 우리랑 놀아줄 시간이나 있을라나..

더군다나 토요일 집에 오자마자 짐싸서 산으로 간다는게 좀...

그런데, 착한 아들은 흔쾌히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따라나섭니다.

 

 

옆지기의 그 소박한 꿈은 더 발전해서..

딸랭구까지 네식구, 함께 지리산에서 아침을 맞이하는것....

 

 

 

 

11시에야 집을 나서니 시간 여유가 별로 없어 

산동마을에서 산채비빔밥에 산수유 막걸리로 반주 한 잔을 걸치고 상위마을을 출발합니다.

날은 이제 여름으로 줄달음치며 따가운 햇살을 내리비추고,

바람없는 숲 속을 몇발짝 걸으니, 높은 습도 탓에 등줄기는 땀으로 흥건합니다.

봄가뭄이 계속되면서 만복대골은 수량이 줄어 볼품 없지만

그래도 산수유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열매를 보니 가을 결실을 기대해도 될 것 같습니다...

 

 

 

 

박짐을 나누어 메었으니 짐이 가벼워져야 정상이지만 여느때와 다름없는 이유는

저녁때 마실 술을 좀 많이 지고 온 탓도 있고, 걸음 빠른 아들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내 뒤에서 천천히 따라 오더니, 중간 쉼터부터는 운동이 안된다며 앞서 나갑니다..

 

산행대장의 자리를 아들한테 넘겨주고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우리 부부 둘은 뒤에서 낑낑대며 올라가는데...

힘들다 싶으면 아들은 항상 먼저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만복대 헬기장에 짐을 내리고 터를 잡아 집을 지으니

넘실대며 흐르는 하늘의 구름과 그 배경이 된 푸른 하늘과 울긋불긋한 두 동의 텐트는

파란 풀 숲과 어울려 한폭의 그림과 같았습니다.. 

 

 

 

 

 

 

시끄럽게 울어대는 맷돼지 등살에 만복대 샘으로 물뜨러 가는 걸 포기하고,

상위마을부터 지고 올라 온, 여유롭진 않아도 씻고 먹기에 부족함이 없는 양의 물로, 저녁밥을 짓고 고기를 구워

하늘의 별과 달을 배경으로 멋진 산상레스토랑에서 세식구 만찬을 열었습니다.

넘실대며 춤을 추는 구름 뒤로 붉은 해가 집니다..

 

 

 

 

하늘의 별은 총총 빛나고, 서쪽으로 기운 해는 붉은 빛을 뿜어주니 

처음으로 산에서 자게 되고 또 일몰까지 본 아들은 처음 느끼는 매력에 푹 빠져들었답니다..

 

 

 

 

만복대를 오르는 산꾼들의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에 

이른 새벽 잠에서 깨어 하늘을 보니 별과 달은 반짝이고, 하늘은 맑아 날씨는 좋을 것 같아

텐트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보니 주변은 모두 운해가 짙게 깔려 장관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옆지기와 아들을 깨워 카메라만 메고 만복대 정상으로 올랐습니다.

 

 

 

 

 

 

만복대 정상에서 바라본 동녁 일출..

마치 수면 위로 떠오르는 태양처럼..

구름바다 위를 물들이는 태양.. 

 

 

 

 

산에서 아들과 함께 일출을 봅니다.

밝은 기운이 온 몸에 뻗쳐 오듯이 아들의 인생에도 밝은 미래만 가득하기를 빌어봅니다.

덤으로 좀처럼 보기 힘든 운해까지 깔려주니 한방에 비박의 진수를 다 느꼈다고나 할까요.

운이 좋았던 겁니다..

 

 

 

 

 

 

 

 

 

 

 

 

 

 

 

 

 

 

성삼재와 고리봉 사이를 넘어가는 운해무리.

그 오른쪽 헬기장에 텐트 두 동이 이쁘게 서 있습니다..

 

 

 

 

 

 

 

 

 

 

 

 

 

 

모닝커피와 빵으로 간단 아침을 해결하고

약속 시간에 맞춰 하산을 서둘렀습니다.   

 

 

 

 

 

 

상위마을 주차장에 무사히 도착하여 이틀간의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아들과 함께한 박산행.

한꺼번에 많은 것을 보여준 지리산에 감사하고

휴가 나오자마자 군소리없이 산행에 따라와 준 아들이 고맙고

그 중에 아들과 박산행의 소원을 푼 옆지기가 제일 행복했을겁니다..

아빠 다리 힘빠져 산에 가기 힘들때까지

일년에 봄 여름 가을로 세번씩 박산행가자면 욕심이 과한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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