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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방

칠암자 산행 1

 지리산 칠암자 산행 1 

 

산   행   지 : 지리산 중북부 칠암자 산행

일         시 : 2009년 11월 22일 (일요일)

같이한 사람 : 옆지기와

코           스 : 실상사 - 약수암 - 도마마을 - 삼불사 - 문수암 - 상무주암 - 빗기재 - 영원사 - 도솔암 - 음정마을

거         리 : 17km ( 시간 : 점심 먹고 도솔암에서 차마신 시간 포함 9시간 ) 

 

지리산 북부능선 상에 최고로 꼽는 전망지인 삼정산의 주변을 둘러쌓고 있는 3개 사찰과 4개의 암자를 돌아 보고

겨울로 들어서는 산사의 향기와 산정을 느끼러 몇 잠 못자고 또 이른 신새벽에 집을 나섰다.

 

사실 칠암자 산행은 아직 단풍이 지지 않은 늦은 가을이 제철이지만 겨울로 들어가는 이 시기도

청록의 계절과는 다른 산행의 묘미가 있다.  

 

실상사부터 도솔암에 이르는 길지 않은 거리에 천년 역사의 불사의 숨결이 숨쉬고 있다니, 어찌 답사를 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들머리인 실상사는 너무 이른 새벽이라 그냥 통과하고 하산길에 들르기로 한다.

 

실상사 해탈교를 건너서 임도를 따라 어스름한 새벽길을 걷는다.

먹이를 찾는 부지런한 새들이 꼭두 새벽 부터 종알대고, 동녁에선 지리 주능선이 햇살을 등에지고 검은 어둠의 장막을 걷어내기 시작한다.

 

약수암 보광전 모습

 

 

너무 이른 시간이라 인기척도 낼 수 없어 살금살금 걸음을 옮기며

아름다운 산사의 새벽을 눈에, 카메라에 그리고 가슴에 담는다. 

 

70여년 전에 불자의 시주금으로 중수한 암자로 실상사의 말사이다.

약수암 경내에 항상 맑은 약수가 흐르는 샘이있어 약수암이라 하였단다.

 

 

약수암을 돌아 조붓한 낙엽쌓인 오솔길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한참이나 떨어져있는 삼불사를 향해 걷는다.

 

이제 산길은 다시 도마마을까지 내려 갔다가 힘든 오름질을 요구하는 된비알의 연속이다.  

 

 

밭고랑에 아무렇게나 자란 감나무에 채 수확되지 못한 까치밥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어

지나는 우리가 까치가 되어 본다.

안보는 사이 옆지기 한 두어개 먹은 듯 하다. 맛있단다. 좋댄다. 

 

 

도마마을과 창암산

새벽녁 낮게 깔린 안개가 시골 마을의 따뜻한 정취를 그대로 보여준다.

간간히 굴뚝에서 피어나는 군불 연기는 아침잠 없는 어느 시골 할매의 사랑과 정까지 깃들어있다. 

꾸불꾸불 다랭이논도 정겹다.

 

 

삼정산에서 흐르는 견성골을 따라 한참을 잊고 있던 계곡치기를 잠깐 한다.

성하의 계절이라면 알탕 생각을 했을 터인데 계곡수가 차갑고 추워 보이니 소리도 없이 많이도 흐른 계절을 생각한다 .

약 10여분 오르면 삼정산을 오르는 임도를 만나고 ...  

 

 

임도의 끝 지점에 팬션이 한 채 보이는데 

이런 곳에 그냥 집을 한 채 짓고 살았으면 싶다.

일단은 사람 몸에 가장 좋다는 해발 700여 고지인데다. 지리산은 뒷동산이요 또 여름이면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가을에는 지천으로 깔린 결실을 따 먹으며..... 씨도 안맥히는 소릴 주절 주절 .....

 

 

삼불사 오르는 북쪽사면은 응달이라서 아직 가을과 겨울이 공존한다.

푸른 이끼사이로 눈이 내리고 채 녹지않은 눈 위로 낙엽이 쌓이면서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삼불사 아래 샘터는 물이 오래 전에 말랐고,

비구니사찰인 삼불사에는 깊은 산속의 시골집 느낌이다. 

 

 

삼불사 오름 중에 눈 쌓인 길

오늘 아직 아무도 걷지 않은 이 길을 지나온 흔적을 남기며... 

 

 

산중 동물들이 까먹고 난 열매 껍질들... 

 

 

푸른 하늘이 있고, 적당한 바람이 일고

그 바람에 천고의 갈증을 해갈하고나니

이름하여 이것이 심산의 유려한 아름다움이지 않겠는가 ...

 

 

삼불사는 조선시대에 창건한 절이라는 것 밖에는 다른 기록은 없고,

현재 비구니들의 참선도량으로 쓰인다 한다.

산객이 올때 마다 난리법석으로 짖어대는 백구는 보이질 않는다.

내심 어떤 녀석일까 궁금하였는데 보이질 않으니 서운하기도하고 궁금하다.

 

 

 

절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작고 소박한 모습에 놀랐다.

오히려 실상사 부속암자인 약수암 보다도 더 작다. 

 

 

그래도 규모는 작아도 석탑이나 공덕비가 여러개 있는 걸로 봐서 절의 흔적은 뚜렷하다.

 

 

 

 

낙엽 진 삼정산 능선 

문수암을 오르는 길도 역시 부드럽고 낙엽깔린 오솔길 그 자체이다.

 

삼불사 해우소뒤편으로 난 길을 따라 조망 좋은 바위에서 길을 잃고 또 한바탕 알바를 한다.

다시 오던 길로 되돌아 오니 오른편으로 뚜렷한 길이 있었건만 ...

하기사 매 산행 때 마다 알바는 한번씩 해야 하는 모양이다. 

 

 

문수암은 개인 암자이다.

오름길에 셔터를 눌러대니 그 소리에 도봉스님께서 인기척에 문을 열고 나오신다. 

도봉스님은 84년부터 30년 넘게 혼자 수행하고 계신다.

이 곳에 사시는게 운동이라 하시며, 암자 위로는 올라가기 싫단다. 왜냐 물으니

아래 마을까지 내려 갔다 오는 일도 엄청난 운동량을 요구 하니까 그 정도면 충분하시단다.

 

 

스님의 인상이 옆집 아저씨와 같이 수더분하시고, 편하게 대해 주셔서

최고의 조망 만큼이나 문수암의 인상은 지금도 좋게 남아있다.

처음엔 도봉스님과 나란히 사진 한 장 찍으려 했으나,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다 하니

하도 등산인들이 찾아와서 사진을 찍는 바람에 얼굴이 너무 팔려 지금은 사진을 찍지 않으신단다.

나도 사진 얘기는 쏙 집어 넣었다.

 

 

문수암 옆 천인용굴

임란때 천여명의 사람이 피신해 있었다고 하나 아직 굴의 전설 이나 생성유래는 정확치 않다.

스님 얘기로는 이 굴의 유래는 잘 못된 것으로 千仁用窟이라 불러, 세인들이 천년 동안 사용했던 굴이라 부르는게 맞다 한다. 

바위틈으로 난 샘에서는 석간수가 흘러나와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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