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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방

칠암자 산행 2

 

지리산 칠암자 산행 2 

 

문수암을 지나오면서 느낀 칠암자 산행의 묘미는, 호젓한 산길에 있는것 같다.

험하거나 호흡이 넘어갈 듯이 가파르지 않고, 적당한 운동량을 요구하며, 간간히 나오는 포삭하고 부드러운 오솔길이기 때문이다.

낙엽이 떨어져 뒹구는 황톳길에는 엇그제 내린 눈 덕에 적당한 찰기가 흐르고,

흙먼지 하나 없는 늦가을의 정취가 그대로 베어있다.

 

 

상무주암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선 옆지기.

동북부능선을 바라 보는 시선에서 오늘 산행의 기쁨과 희열이 묻어있음을 알았다.

오길 잘 한거 같다. 

 

 

 멀리 창암능선

삼정산 사면을 오르면 오를 수록 능선 조망이 시원스레 펼쳐지고

상무주암 주변의 적송들의 자태는 가는 길을 자꾸 멈추게 한다.

 

 

상무주암 전경

출입도 금지하고 사진 촬영도 금지 한다고 한다.

소리 안나게 한장 찍고서 지나던 길을 간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상무주암에는 노승 한 분이 계시는데, 하도 사람들의 출입으로 수행과 일상에 지대한 영향을 받아 외부인의 출입을 막는 거란다.

 

上無住庵(상무주암) 부처도 발을 붙이지 못하는 경계이고, 머무름이 없는 자리라는 뜻이다.

지리산 영원사의 말사이고, 고려 보조국사가 창건했고 부속건물 없이 한채의 참선수도 암자의 전형이다.

오히려 산중의 여느  별장처럼 보여, 내 눈이 속물인건 확실하다.  

 

 

바위 사이에 오랜 세월을 키워온 적송의 모습은

그 자태가 뻬어날 뿐 아니라, 뒤틀어 흔든 몸뚱이의 용틀임은 경이롭기도 하다.

 

 

오랜만에 독사진 한장 찍었다.

안시켜도 아래에서 위로 길게 찍어야 한다.

힘든 산행 후에도 다른 코스 보다도 더 즐거워 했던 것 같아 나도 기분이 좋았다.

 

 

영원사 가다 소나무 사이로 반야봉이 보인다.

언제 보아도 반야봉의 저 둥그런 엉덩이 모습은 우리 애들 키울때 분 발라주던 엉댕이 같아서 이쁘다.

 

이 길을 지나 산죽비트를 2개 지나면 영원사에 닿는다. 

 

 

20여분을 내려오니 영원사자락에 닿는다.

 

靈源寺, 통일신라시대 영원대사가 창건했다하고, 한때 內智異에서는 제일 큰 사찰 이었으나 여순사건때 방화로 소실되었다 한다.

절 규모는 너와로 된 선방이 9채에 100간이 넘는 대규모였으며, 서산대사등 당대의 고승이 도를 닦았다 한다. 

 

 

 고승들의 호를 딴 부도들이 많이 있고, 유서깊은 영원사의 선풍을 이야기해 주는 듯한 푸르디 푸른 하늘과 처마가 늦가을 바람에 아름답다.

 

 

도솔암으로 오르는 들머리

거의 바닥까지 내려와 다시 산 하나를 더 오르려니 사실 무척 힘에 겨웁다.

험하거나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구간은 아니지만 마을까지 내려왔다 다시 오르기를 몇차례 하고 나니 산행 시간이나 거리에 비해 힘이 든건 사실이다.

그래도 오름길의 전경이 보여 주듯이 부드러운 산세가 그대로 드러난 전형적인 아름답고 넓은 길이다. 

 

 

도솔암 입구의 소나무 길

길도 길이려니와 겨울인데도 풍겨나오는 숲내음이 수목원에 삼림욕장을 능가한다.

오르는 길에 전기톱 모터소리가 들린다.

스님이 작업중인가 보다.  

 

 

입구 팻말에 결재중이니 출입을 금지 한단다.

그래서 조심조심 올라갔더니 주지스님께서 어찌나 반가워 하시며 어서 오라 하는지 침입자로서 오히려 죄송하다.

발효시킨 녹차를 한 잔 내어주시는데 그 맛이 어찌나 좋은지, 녹차 본래의 떫은 맛때문에 녹차를 별로 안마시는 내 입에도

정말 맛이 좋았다. 잘 마시니 한 잔 더 따라 준다. 찬 바람에 녹차를 마시니 온 몸이 풀린다.

불청객의 침입에, 오히려 환대로 맞아 주시고 힘들어 하는 산객을 스스럼없이 기쁘게 맞아 주어서 그 정이 아직도 따뜻하다.

받기만 하고 드리고 올 것이 없음이 몹시 안타까운 일정이었다.

 

 

부녀자가 있다면 그 아낙의 부지런함을 칭찬 하겠는데,

장독대의 먼지며 티끌 하나없는 때깔이 스님의 손길을 존경스럽게 한다.

 

 

 

도솔암은 천왕봉의 일출을 눈앞에서 바라볼 수 있어서 최고의 전망터이고,

너른 마당엔 꽃잔디가 잔설이 깔린 속에도 꽃을 피우고 있었다.

 

겨울엔 3시면 해가 넘어가기 시작하여 군불 지필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하고,

전자수첩 크기의 태양열 전지판을 햇빛있는 시간에 충전을 해 두면 약 세시간 동안 등을 켤 수 있다고 한다.

 

한켠에선 진공스님이 겨우살이에 쓸 땔감을 도끼로 패고 있길래 장작패기 어렵지 않냐고 묻자, 초등학생도 할 정도로 쉽단다.

 

 

두시 반 인데도 벌써 해가 뉘엇뉘엇 고개를 숙이자

주지스님 늦기전에 얼른 하산 하란다. 찻 시간도 일러 주시고...

싸립문을 돌아 나와 음정 방향으로 내려 온다.

 

 

 구 벽소령 작전도로 까지의 하산길은 수북히 쌓인 낙엽들 때문에 미끄러워

걸음 제동장치가  작동을 하지 않는다.

거의 미끄럼타다시피 하여 구르듯 내려오니 언제 작전도로까지 내려왔다. 

 

 

 북부 지리산 자연 휴양림방향 능선 

 

 

가을은 이제 떠나가고 겨울의 문턱에서... 

 

 

새벽녁에 지나쳤던 실상사에 다시들어와

칠암자 산행을 마무리한다.

 

실상사는 신라 흥덕왕때 증각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이 곳에 절을 세워야 정기가 일본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하여 지었다고 한다.

정유재란때 불타고 고종때 또 한번 화마를 당하여 지금은 일부만 남아있다고 한다.

특이 하게도 절이 산 속이 아닌 들판에 세워져 있어 생경하기는 하지만, 어렸을적 소풍갔던 소박한 옛 사찰을 보는 것 같아 기억이 새롭다.

 

 

 지금도 국보 10호인 백장암 3층 석탑과 다수의 보물을 보유하고 있다.

 

 

 후      기 :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숱한 불적들이 지리자락에 자리하고 있어 언젠가는 유적 답사와도 같은 기분으로

               돌아 보아야 할 과제였었다.

               아름다운 지리의 북부능선을 끼고서 자리한 사찰과 암자는 미려한 풍광 만큼이나 마음 속에도 기쁨과 여유를 선사한

               즐겁고 행복한 산행이었다 감히 자부한다.

               다음 기회가 또 한 번 온다면, 속물인 내 편의로 보아, 드리고 올 수 있는 무언가를 가져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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