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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방

10월의 청학연못

산행지 : 도장골 - 와룡폭포 - 시루봉 - 청학연못 - 촛대봉 - 세석산장 - 거림

일시 : 2009년 10월 4일 (일요일)

산행거리 : 13.5km (9시간)

 

일기예보상으로는 기온 22도에 쨍하니 맑은 날, 시쳇말로 쥑인다는 거다.

 

그래 오늘 이다!!!

밀린 숙제를 풀자. 두번의 도전에 실패하고서

지리의 몇 안되는 보석 중의 하나인 청학연못은 나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나 했었다.

 

 

10월의 시린 가을 새벽 또다시 도장골로 스며든다.

지난 달 홀로산행을 했던 도장골을 옆지기에게 보여주면서, 잘난 척도 좀 하고 ㅎㅎ 

그러다 와룡폭포 입구에서 길을 잘 못 들어 산죽 숲을 힘든 알바를 한차례 하기도 하고...

10월의 와룡은 물줄기는 가늘어서 볼품이 없으나,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으면서 아름다움은 더했다.

 

 

도장골 상류는 위로 오를수록 짙어지는 단풍과 떨어진 낙엽으로

멋스러움은 더 했으나, 다가올 추위를 예감하는 듯 하다. 

 

 

청학연못에 도착하다.

꼭 찾기가 어려워서도, 세번째만의 발견이라서 그런 것 만도 아닐진데

뭐라 말로 표현하기는 이상한 묘한 감흥이 일었고

입구에 들어서면서의 그 기쁨은 정말로 컸었다.

 

옛 선인들이 이 곳에 마을터를 잡고 생활했다는 설이 있다.

이 주변은 세석습지로서 물이 풍부하고, 사통팔달의 요충지임에 틀림없다.

  

 

청학의 가을은 짙어만 가고,

수면에 비친 지리는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으리 만치 연못 속 살 깊숙이 빨려 들어만 간다.

 

 

이상향을 찾던 선조들이 이 청학연못을 축조하였다고 한다.

이 연못은 샘 보다는 조금 크고 저수지 보다는 작은 규모로 

길이 20여m 폭이 약 5m 정도이고, 깊이 1m 가량이다.

북쪽은 대슬랩 바위로 가려있고, 나머지 삼면은 돌과 흙으로 축조하엿다.

 

 

연못의 위 쪽에는 촛대봉이 있고,

아래에는 샘터가 있다.

또 대슬랩 바위 위 쪽에는 학동임 (鶴洞任) 이라는 각자가 새겨져 있는데 그 정확한 뜻은 해설된 바가 없다.

너무 기쁜 나머지 각자를 확인하지 못하고 온 것이 개인적으로 후회가 남는다.

 

 

이인로의 청학동기에 나타나 있는

세석 일대의 묘사로 보건데 이 청학연못이 그 들이 꿈꿔온 이상향과 다름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들어서며 느낀 묘한 감흥 중의 하나가, 이런 역사성과 관련하여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는

그런 장소에 들었음에 대한 개인적 느낌이었으리라.

 

 

후    기 : 많은 산꾼들이 찾아 나섰지만 찾기에 실패하고,

            마을 사람들이 요롱을 피워 이 연못이 있었다 없어졌다 한다고 할 만큼 찾기가 어려운 곳 입니다.

            지리산의 비경으로 여길만큼 주변 풍광이 비범하여 가을 산행지로도 적격이고

            지리산을 전문으로 하지 않는 산객이라도 한번은 들러보고 선인들의 숨결을 느껴 보아야할 곳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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