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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방

홀로산행 맛보기

산행지 : 산청 거림 - 도장골 - 와룡폭포 - 장군봉 (원점회기)

일   시 : 2009년 8월 30일 (일요일)

누구랑  : 갑자기 느닷없이 처음으로 나 혼자

 

새벽 산행을 위해서 늦은 저녁까지 베낭을 꾸려 놓고서

몇시간을 자다 뒤척이다를 반복하다가, 3시 30분에 눈을 떠

옆지기를 깨웠으나, 요며칠 감기에 몸살에 신종플루 검사(음성판정 받았음)까지 받았던 터라

몸이 힘들다며 오늘은 혼자 가란다.

 

아 이런! 가는거야 가는거지만 항상 같이 붙어 댕기다가 갑자기 혼자 갈려니

집을 나오면서도, 생전 처음 엄마 떨어져 학교가는 초딩 마냥 자꾸 집을 뒤돌아 보게 된다.

반백에 이 무슨 얄궂은 느낌이란 말인가?

 

                    

 

새벽의 고속도로는 간만에 숨어있던 나의 질주본능을 자극하야 백오륙십을 넘나들던 스피드는 주유게이지를 바닥으로 내리 꽂고 

거림에 도착했을 때 까지 

일만의 흥분으로 심장의 박동질은 요란 스럽다 ....

 

그동안 숙제처럼 풀어야했던 도장골, 내 오늘은 골골이 숨은 바위 한조각도 확인하리라.

다만 홀로산행에 더우기 우중산행이라 그것만 쪼까 머시기하다......

 

 

신발끈 동여메고 각오를 새로이 한다.

조심에 또 조심

미끄러지지 않기, 좌우경계 잘하기, 허툰길 빠지지 않기, 아니다 싶으면 바로 하산하기 등등

 

 

6시 18분 길상암지나

계곡 우측사면 등로를 따라 서서히 오르다가

오감으로 마저 채우지 못한 풍광을 디지털기계에라도 담기 위해

물소리 따라 계곡과 등로 사이를 오르락 내리락 하기를 반복한다.

 

 

뱀사골 만큼이나 담과 소 그리고 폭포까지

모든걸 다 갖추었지 싶다.

너럭바위 앞에서 계곡을 건너지 않고, 계속 우측사면을 타고 오르기로 마음 먹었는데,

처음 먹은 마음, 이영회 아지트터를 지나며 부터 겁도 없어지고, 점점 간이 부어간다.

 

 

사람의 흔적은 보이질 않고 온다던 비 예보도.... 하릴없는 구름만이 오락가락

계곡 사이로 빼꼼히 머리를 내민 장군봉만이 어서 오라 하는듯 하다.

반갑게 눈에 익은 빨간 뽀때친구, 기쁜인연님 시그널도 보이고...

뽓  

 

자잘한 소폭들이 더해주는 즐거움.

홀로산행에 재미를 붙인 지리산꾼

자유로움,

내 마음대로 쉬고 싶을 때 쉬고, 찍고 싶을 때 찍고, 먹고 싶을 떄 먹고

가고 싶으면 가고 가기 싫으면 안가면 되고 ... 참 조오타

 

 

우측 사면의 등로는 없어진지 오래고, 그래도 끝까지 난 우측으로 간다. 

산죽숲 사이를 고로쇠 채취 선따라 반 빨치 산행을 하다.

다시 계곡으로 내려와 계곡치기로 오르며 이제나 저제나

와룡폭포 나오길 기다렸는데 ..... 드뎌 

 

 

눈앞에 펼쳐진 웅장한 규모의 폭포를 보고

애쓰고 올라온 보람을 느낀다.

콧구멍 빨대로 도장골 기를 쭈욱 빨아 들인다.

그대로 에너지 충만.

 

 

장마철 뒤끝에 물줄기는 많이 가늘어 졌지만

내 오감을 만족시키기에는 충분 하였다.

 

 

오가는 사람 전혀 없고, 도장골 전체를 전세내어

혼자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근데 옆지기 혹시나 실수 하신건 아닌가 몰라

인제 뻑하면 혼자서 튀면 어쩔려고 혼자 보냈을까나? 

 

 

정면으로 갔다 좌로 우로

그리고 아래로 또 위에서, 베낭 스틱 다 팽게쳐두고

나 만의 세상에 푹 빠져 본다.

 

 

바위 위에 앉아서 포도알 몇개를 깨물어 본다.

아! 인제사 아프다고 못 온 옆지기 생각이 났는데

하지만 전화 불통이라.

 

 

나 혼자 열씸히 보고 찍고

가슴에 담아서

집에 가서 그대로 보따리를 펼쳐 보여 주어야겠다고....

 

 

와룡폭포를 뒤로하고 계곡을 건너 좌측사면 등로로 계속 오르다,

장군봉 방향으로 좌회전 하여 급경사의 된비알을 차고 오르니

숨은 가빠오고 비구름은 눈을 가려, 주변은 눈앞 2, 3미터를 보기도 어려워 진다.

비바람까지 몰아치면서 중턱 조망대에서 주변을 보려 했으나

고개 내밀다 날아갈 뻔하여 죽기살기로 어찌어찌 장군봉까지 올랐다.

  

 

사실 애초 목표는 청학연못 까지는 보고 오리라 했으나, 추위까지 몰려들고

포도 몇알과 찬물 한모금에 한기가 들었다.

1차 목표는 달성했다 싶어 연못 구경은 가실 단풍들 때 다시 오기로 하고 하산키로 마음먹다. 

 

하산길에 처음먹은 마음 또 한번 어기다.

장군봉에서 우측으로 거림빠지는 북해도길이있어 궁굼증을 버리지 못하고 살짝 발을 내려 본다.

협곡과도 같은 급경사면에 길이라고는 흔적이 없고, 간간이 보이는 뽀때 시그널만이 이 곳이 사람다니던 길입네 하는데

3주전 조갯골에서 허우적대던 생각이 갑자기 떠올라, 여기는 홀로 갈 곳이 못된다 싶어 다시 오르기로 했는데

아 이런! 또 길을 잃었다.

넝쿨숲을 네발로 박박 기는데, 고목마저 발을 부여 잡고 놓아 주질 않네요, 어찌어찌 다시 삼거리 갈림길까지 1시간반만에 당도하니

내가 나를 생각키에도 어이없어 허허 웃음마저 나오네...

   

 

 

다시 도장골 상류로 내려와서

배 골지 말고 마니 먹으라고, 바리바리 싸준 도시락에 혼자 삼겹살을 구워

볼따구 터지게 쌈싸서 꾸역꾸역 먹고 있는데, 배가 좀 불러지자 눈도 띄어서 내 몰골을 보아하니

참이나 그 모냥새가 말씀이 아니라.

온 몸이 누룩 익는 냄새는 폴폴 풍기지, 산죽과의 전투에서 남겨진 깜장 흔적들

추워서 알탕은 생각도 못하고,

쌩판 거지꼴로 천근만근 두다리를 질질 끌다시피 하산길에 오르다.

 

 

역씨 하산길도 나를 반기는 건

담과 소 그리고 바위결 따라 유유히 흘러가는

우유빛, 비취빛 다양한 색색의 물결들

 

 

오늘 한가지 밀린 숙제를 해결하고 나니

지리는 내게 또 다음 숙제를 남겨 놓았다.

장당골(?) 국골(?) .... 기타 등등 여기저기

 

근데 또 하나 배웠다.

욕심내지 말란다.

천천히 천천히 하나씩 가 보란다. 도사처럼

 

산은 항상 거기 그 곳에 그대로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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