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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방

작은새개골의 가을 예감

일    자 : 2009년 9월 6일 (일요일)

산행코스 : 의신 - 대성골 - 작은새개골 - 칠선봉 - 선비샘 - 덕평봉 - 덕평습지 - 허정움막터

             - 오토바이능선 - 삼정 - 의신

누 구 랑 : 옆지기랑

 

산행 거리가 길고, 계곡에 마른 너덜길인 B급 코스라

여느때처럼 오늘도 새벽 출발이다.

홀로 산행은 지난 한 주로 쫑난 듯하고, 지리산 스승님이자 감독관이신 옆지기를 모시고(?)

까만 새벽길을 달려 의신에 도착해, 고정 주차장인 역사박물관 소방차 옆자리에 안전 주차를 하고

대성골 방향으로 빨려들어 간다.

 

                    

 

지리산에 가을예감이 스멀거린다.

단풍잎은 옷을 갈아입기 시작하였고, 들풀 향은 길 위에 번진다.

하늘 아래 단풍나무는 스스로를 햇볕과 물을 취하여 제 몸을 스스로 양육하듯이

무위자연의 섭리를 몸소 가르치려 한다.

 

 

나뭇잎 사이에 내려앉는 보드란 아침나절 햇살은

오히려 따사롭기까지 하다.

 

 

대성골에 접어들자 떨어진 낙엽 무리가 바위위에 뒹굴고

햇살 받은 수면에 빛조각이 부서진다.

 

 

계절의 사이클이 바뀌니 주변에 포진한 모든 것이

따라 바뀌어 간다.

가늘어진 물줄기, 잔잔한 물살, 그 위를 떠도는 때이른 낙엽들

 

 

한 낮의 쑥부쟁이 머리 위로 핼쑥한 햇살더미가 흘러내린다.

 

 

가을빛 수면에 그림자를 드리운 산자락 능선이 제 몸을 들여다 보며 나르시스에 잠겨있고

골짜기 나무들은 물처럼 잠잠하다.

 

 

투구꽃 사이로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비행 벌의 모습에서

생명이 가지는 지순한 숨결을 생각한다.

 

 

오름길에, 초면인데도 반가운 세명의 산친구를 만난다.

대성주막에서 막걸리 한되빡으로 서로의 목을 축이고,

간단한 호구조사로 다들 여수에서 왔으며, 산행코스까지 똑같음을 알고,

이런 우연한 인연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산 중 자연과의 교감으로, 삶과 자유로운 이데아에 신성한 에너지를 불어 넣는 일...

내 몸과 마음을 정화시키는 하나의 자유로운 행사인 것이다.

 

 

산을 보는 안목의 높이와 산의 울림을 경청할 수 있는 각별한 귀를 갖는 일,

우리네 사이비 자연주의자의 꿈과 상상이, 희망과 비젼이 걸려있다.

 

 

세명의 산친구들은 늦은 우리의 점심때문에 다음을 기약하며

먼저 하산길에 나선다. 

 

 

自然爲師 자연을 스승으로 모시고 겸손하게 살 작정을 야무지게 해보아도,

생각만으로 무위자연이라 혼자 외쳐대는 허투름은

결국 산이란 물리적 공간이 주어졌다고 해서, 잘 살아갈 수있는 내공마저 부여되지는 않음을 새삼 느껴 본다.

 

 

관직을 버리고 귀거래사를 부르며 산야에 은둔한 도연명처럼

지리 속에는 나와 세상과 우주 삼라만상을 고뇌하는 처사들의 숨소리가 아직도 가슴으로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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