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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방

비린내골의 향기

비린내골의 향기

 

산행일자 : 2009년 10월 18일 (일요일)

산 행  지 : 지리산 비린내골

산행  코스 : 음정 자연휴양림 - 광대골 - 비린내골 - 구 벽소령 - 벽소령 휴게소 - 형제봉 - 삼각고지 - 음정

산행거리 : 17.5km ( 먹고 마시고 놀고 찍고 이래저래 10시간 10분 소요 )

 

며칠 전부터 비린내골로 갈것인지 만복대로 갈대 사진 찍으러 갈 것인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이다

금요일 저녁에야 동행하려던 일행의 일정 변경으로 갑작스럽게 비린내로 결정하고

또 이른 신새벽에 집을 나선다.

 

계곡은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칠흙같은 어둠 속이라

헤드랜턴을 켜고 나서야 광대골 물소리를 방패삼아 휴양림 바리케이트를 살짝 넘어 설 수 있었다.

  

 

 

 

일기예보는 날씨가 화창하여 야외활동에는 최적이라 하였는데,

차에서 내리기도 전부터 이슬비가 추적 거린다.

안그래도 쌀랑한 날씨에 코가 시린데 비를 맞고 걷자니

습한 비린내골이 더 을씨년스럽다.

 

 

비린내골의 어원은 飛燕來(비연래골 : 제비가 날아 오는 골짜기) 에서 유래 하였다고 하기도 하고

또 혹자는 6.25와 여순반란사건때 수많은 희생자들의 피로 물들인, 아직도 잠들지 못한 영혼들의

피비린내나는 아픈 역사의 골짜기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고 여러 해설이 다 일리가 있어 보인다.

 

 

어제 내린 비와 새벽에 흩뿌린 이슬비 때문에

안그래도 미끄러운 계곡의 바위들이 더욱 더 미끄러워 한발한발 뗄때마다 조심조심 걸어야 했다

"여기 미끄러워 조심.... 아이고... 윽 !! " 내가 먼저 미끄러지고

비싼 최신 릿지등산화도 비린내 바위에는 별반 효과가 없다.

 

 

내가 생각하는 비린내골의 유래는, 아마도 사시사철 생선의 비늘처럼 미끄러운 바위들 때문에

이름 붙여지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래도 비린내골도 어김없이 가을은 찾아들어

여름내 골짜기를 포근히 감싸던 이끼를 낙엽이 덮어버렸다.

 

 

누워있는 와폭의 아래에는 크고 작은 소와 담들이 자리하여

오르는 내내 발길을 부여잡고 렌즈를 들이대게 하였고,

 

 

비린내골 제1폭포는 물줄기가 가늘어져서 그 웅장한 위엄은 떨어졌으나

허허 산중에 어김없이 사계절이 차례를 바꿔 출입할 때에도

그 자세 그대로 오롯한 정취를 풍겨준다. 

 

  

작은 연못 속에는 떨어진 도토리가 수북히 쌓여있다.

누군가 맥주 안주로 아몬드를 먹다 쏟아 버린줄 알고 욕을 해댔는데, 자세히 보니 도토리라.

부지런하고 헤엄잘치는 다람쥐가 있다면 그것들만 주워가도 겨울은 식량 걱정 없이 배부르고 등 따시게 보낼 수있지 싶다.

그냥 한 이야기를 기막힌 아이디어라도 찾은 듯이 둘이 킥킥거리고 웃었다.

 

 

 

 

 

원래 사진찍히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오늘따라 흔적이라도 남기고 싶어

나도 한장 찍어 달랬더니 촛점도 흐리고.... 믿는 내가 머하다.

힘들더라도 삼각대를 꼭 가져가야하는 새로운 이유 하나가 생긴거다.

 

 

잘먹고 잘사는 생존차원의 참살이가 아닌 뭇 생명과의 경이로운 만남에서

행복과 감사를 느끼는 삶

이것이 참으로 고수들의 웰빙이 아닌가 싶다던

어느 가객의 이야기가 새로이 느껴지는 여정이다.

그러탐, 나도 고수???? 

 

 

 

 

 

벽소령 산장에서 바라본 하늘금

지리 주능선에 하얀 실루엣 구름이며 그 경계의 파란 상록수와 색바랜 단풍들

어울리지 않을 것같은 가로등이 오히려 이상하리만치 잘 조화롭다.

 

 

 

삶의 허심한 지평을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생각해 보거나

아님 두눈 바짝 뜨고서 욕심의 허물 없는 관성에서 벗어나 관조하는 일 ...

그 얼마나 고상한 비지니스 인가 

 

 

 

형제봉 (부자봉)에서 중부능선과 멀리 상봉 중봉을 바라다 본다.

사물도 조화로운 혼재 속에서 그 아름다움이 더 하듯이

상봉위를 흐르는 구름과 능선들이 훤하고 말쑥한 자세가 참이나 조화롭다.

 

 

하산길의 공구리친 작전도로를 따라

비록 포삭한 오솔길은 아니지만 양껏 뿜어내는 소나무의 휘톤치트 향을 위안거리로

돌아온 계곡과 능선들을 바라 보면서 론그라운드 만큼의 인생의 내공을 쌓아가는 희열을 느낀다.

 

 

후     기 : 가끔은 암봉의 정수리에 앉아서 사방팔방을 빙 둘러보면서

             여러갈래 이면서 결국 한갈래인 이 길을 걸어가는 것이

             흩어졌다 다시 모여드는 사람살이와 같아, 바른 길을 가고 있다는 나만의 생각으로 

             가을 한 낮의 따스한 햇살 아래에 큰 대자로 누워 보고싶은 기분좋은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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