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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방

지리산 눈꽃 산행

 

 

 

지리산 눈꽃 산행

 

일    시 : 2009년 12월 6일 (일요일)

코      스 : 중산리 - 천왕봉 - 장터목산장 - 중산리 

소요시간 : 8시간

누  구 랑 : 옆지기와

 

애초에 이 날은 단천골로 올라서 선유동계곡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다녀올 요량이었다.

근데 왠걸 토요일 아침 출근하면서 라디오를 켜니 지리산에 눈이 많이와 10여cm 가량 쌓였다는게 아닌가....

아이쿠! 바로 옆지기한테 문자를 날린다.

"계획변경 ... 천왕봉으로 갑시다이 !"  

 

                     

 

날이 밝으면 눈이 녹아 버릴까봐 또 이른 새벽에 집을 나선다

이 날은 함께 가고 싶었던 일행이 있었으나 새벽산행은 극구 싫다면서 새벽잠없는 영감들이나 댕겨 오란다.

그 양반 나보다 한 살 위인걸로 아는데... 

그건 그렇고

복장도 신경쓰고, 겨울산행 채비를 단단히 하고 집을 나선다.

 

 

참 이상한건 요며칠 속이 편치 않아 병원을 오가던 옆지기가 지리산 천왕봉을 가자하니 감쪽같이 아픈게 없어진다나 뭐라나

이 정도면 이 집도 중증인데...

중산리 주차장에 6시 15분 도착. 법계사 가는 셔틀버스를 이용하려 했으나 동절기는 8시 부터 운행한다 하니

춥지만 바로 출발한다.

버스 물어보려 할 때는 엎드려 자던 공단직원이 매표소 입구를 지나려하자 벌떡 일어나더니 주차비 계산하고 올라 가라 하네?

투철한 직업정신...

 

 

들머리에서부터 매서운 바람과 장갑을 두개 꼈어도 손가락이 시려울 정도의 한파 속에도

간혹 단독 산행하는 사람도 있고, 단체로 대여섯이 오르는 산객들도 보인다.

거의 모든 산로가 막혀있고 천왕봉 코스만 열려있는데 비하면 산객들의 수가 너무나도 적다. 

 

 

칼바위 지나며 서쪽 능선이 붉어지는가 하더니 이내 법계사 주변의 눈덮인 능선이 모습을 보여주고

조금 더 올라서자 아이젠을 착용 하고서야 갈 수 있을 정도로 완전 눈길이다.

 

 

로타리대피소에서 아침으로 라면을 끓이는데 한바탕 눈보라가 몰아가고

일출만 보고 하산하는 산악인들이 눈을 털고 취사장으로 들어선다

상봉은 구름으로 덮여있고, 칼바람이 불어 잠시도 서있기가 힘이 들 정도란다.

괜시리 마음이 바빠진다.

 

 

마음이 바쁜터라 법계사는 그냥 지나치고, 잠시 오르자

주변의 눈쌓인 능선이며, 봉우리들이 하나 둘 씩 모습을 보여주는데 선경이 따로 없다

오르는 내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대느라 산행 속도가 나질 않는다.

어느 누구하나 그걸 탓하는 사람도 없고 모르는 사람 끼리도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이 보기 좋다.

 

 

7부능선에서 중부주능선을 바라보니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반야봉이 바로 코 앞에 있는 듯

뚜렷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선명한 지리 주능선은 처음 보았다.매번 구름에 쌓이고, 개스에 뒤덮여

그 장중한 모습을 쉽사리 보여주지 않더니 오늘에야 먼 발치까지 내 시야에 들어 오다니...

 

 

일단은 상봉 정상에 닿았다.

잠시 서 있기도 힘든 강한 바람과 살을 에이는 무서운 추위가 상봉 봉우리를 감싸고 있다

지리산 케이블카 일인 반대 시위 중이신 김병관님은 보이질 않고, 그 시위의 흔적만 바위벽에 고스란히 붙어있다

 

 

제석봉으로 가는 길에 바라본 지리 주능선

처음으로 그 말쑥한 모습을 보여준다.

먼지며 티끌 하나없는 하늘금을 바라보며 한폭의 수채화를 생각한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재석봉 주변

저 멀리 반야봉도 보이고, 한여름 재석봉을 넘는 비구름은 한폭의 수채화를 만드는데

눈덮인 재석봉은 100호짜리 수묵화...

 

 

 

 

 

눈이 내린 지리산은 나에게 또 다른 흥분의 아드레날린을 제공하고

내 양쪽 뇌를 자극하여 멜라토닌을 최대한 배출하여

충분하지 못한 잠에도 불구하고 피로를 잊게해주고

15시간만에 집에 돌아가도 그만큼 피로는 덜하다  

 

 

 

 

 

장터목대피소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눈꽃산행의 흥분이 다 가시지 않은 듯 산객들의 이야기와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의 향연

추위를 잊은 소회와 감회가 서로 엉켜 오히려 따뜻한 온기를 느낀 공간이다.

 

상봉에서 만나지 못했던 김병관님이 대피소 취사장에서 식사를 하고 계셨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날씨 탓에 이 날은 좀 늦게 상봉으로 가셨단다.

홀로 외롭고 힘든 투쟁을 해 나가시는데, 도움은 되지도 않고 눈에 빠져서 즐기기만한 자신이 좀 무안하다

어쨋거나 춥고 외롭고 힘든 시위에 건강을 잘 챙겨야 할 터인데.... 마음 뿐 입니다...

갖은 음식까지 장만하여 김병관님을 찾아 나섰던 뽀때가 존경스럽다..

  

 

수도 없이 많은 눈과 바람의 터치로 만들어낸 한 폭의 절제된 환상과도 같은 자연의 그림.

 

 

아무리 순수한 관찰자의 눈으로 보아도

어쩔 수 없이 인간사에 찌들어있는 내 어떤 논리적 이해나 해석 보다도

눈 앞의 펼쳐진 선경이 어찌보면 구원의 경외감 마저 들도록 한다. 

 

 

감성을 풍만하게 하고 극적이리만치 사실적인 자연의 대상물들을 보면서

우리는 청년같은 낭만과 의욕의 소유자, 그런 참된 산꾼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수양할 일이다.

그것이 자연에서 배우고 익힐 일이며 숙제인거다. 

 

 

 

 후       기 : 좋은 산은 사람의 정서를 정화시키고 기운을 고양시키는 어떤 힘이 있는 것 같다.

                자연에서 퍼 올려진 감성의 울림이 있고, 산이 지배하는 그 어떤 기가 있다

                지리가 주는 편안함, 요란하지 않게 산길을 걸으며 한두가지 생각하게 만드는 내면의 분위기가 있다.

                그래서 산이 좋다, 지리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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