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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Backpacking

금오도 비렁길 Backpacking

금오도 비렁길 Backpacking

 

 

 

 

 

일   시 : 2015년 3월 28일~29일 (1박 2일)

걸은길 : 금오도 비렁길 1~2 구간

코   스 : 함구미 - 미역널방 - 초분 - 신선대(박) - 두포 - 굴등전망대 - 촛대바위 - 직포

누구랑 : 산구화님과 우리 부부.

 

 

 

 

 

 

 

 

 

산을 좋아하고 찾아 다니면서 무작정 산악회 가는대로 따라 다니기는 싫어서

테마를 하나 정해서 매듭지어 나가는 재미를 느껴 보고자 지리산 둘레길을 시작하였고,

그 목표를 끝내고 100대 명산을 시작한지 4개월 정도가 지났는데, 

곰곰히 되집어 생각해보니, 이 계획은 마음먹는다고 쉬이 끝날 여행 길은 아닌 듯 하다..

그렇다면 굳이 따로 시간을 내어 찾아가는 것 보다는 자연스럽게 이 산 저 산을 다니다보면

언젠간 그 종점에 가 있을거다.. 이렇게 편하게 마음먹고 나니,

가끔은 놀멍쉬멍 유유자적한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고 싶다..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우리 고장 여수 앞 바다에는, 일 년의 날 수와 같은 365개의 섬이 있다.

무인도가 그 대부분이고 사람이 사는 곳은 49개...

이 중 몇 개의 섬은 연륙교로 연결되어 이미 섬이라는 사전적 의미는 잃어버린 곳..

 

왜 서론부터 섬이야기를 꺼내는고 하니

Backpacking 을 작심하고 다니는 캠퍼들이 제법 있다...

먼 길 찾아다니는 그들의 고생과 수고로움에 비하면 이를 크게 줄일 수 있는 나만의 장점을 가졌으니

가끔 시간이 날때마다 배낭 하나 둘러메고 통통배 여객선에 몸을 실어

이름도 없는 작은 포구에 버선코처럼 둥그런 해안선을 따라서, 차르르 차르르 밤새 몽돌이 구르는

그런 하얀 백사장에서 그냥 아무 이유없이 하루를 쉬었다 오고 싶다.

지난 사도 Backpacking 을 시작으로 그런 꿈결같은 여행길을 다녀 보려 한다.

 

 

 

 

 

 

 

 

이번 주는 금오도 비렁길 Backpacking 이다..

여수에서 금오도를 가는 배편은 여수여객선터미널과 소라면 백야항

그리고 돌산 신기항에서 출발 하는 세가지 방법이 있는데,

거리상으로는 신기항에서 출발하는 것이 가장 가깝지만, 배편이 많기로는 백야항이 으뜸이다.

꽃길이 유명한 하화도나 개도는 백야항에서 출발하는것이 가깝고 편리하다. 

이번 일정은 백야항에서 금오도 함구미로 가는 3시 40분 여객선을 타기로 했는데

비렁길을 가는 사람들은 오전에 붐비기 때문에 오후 배는 정말 한가롭고 편했다.

산구화님을 일찍 만난 덕에 오던 길에 점심까지 먹고 왔지만 

배 시간까지는 아직 두 시간이나 남아 있어 가까운 백야 등대와 그 아래 해변을 찾았다.

 

 

 

 

 

 

 

 

 

여자들이란 본디 타고나길 남자와는 다른가 보다 ..

파도가 들락이는 바닷가에 내려서자, 기다렸다는듯이 고동을 잡기 시작하는데..

금새 두 주먹 가득히 잡아 저녁에 육수를 끓인다고 비닐봉지를 찾고 야단법석인데

과연 저 고동은 감칠맛나는 요리로 거듭날 수 있을것인지..

 

 

 

 

 

 

 

 

백야등대..

아래 왼편에 조그맣게 보이는 건물이 VTS건물..

백야 등대 뒷편에, 전국에 18개가 설치되어 있는 해상교통관제센터 중 하나인 여수연안VTS가 최근에 들어섰다.

VTS는 그동안 일반 국민들은 잘 몰랐으나, 세월호 사고 이후에 진도VTS를 통해 세간의 주목을 크게 받은 바 있다..

지금도 마무리되지 못한 세월호 진상 규명과 배.보상 문제로 세종로에서 유가족의 삭발식을 보면서

국민의 생명이 걸려있는 해상안전을 지키는 파수꾼으로의 역할을 충실히 해 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등대에서 한참을 놀다 왔어도 한 시간이나 남은 시간에 이렇게 작은 포구에서 할 일이란 그다지 많지 않다.

시간이 남을땐  뭐든 먹어두는게 최고인듯..

지금은 인터넷 덕에 백야항에서 가봐야 할 집이 되어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는 '백야 손두부집'을 찾아 

두부 한 모와 낭도 막걸리 한 병으로 목을 축이는데, 길고양이 두마리가 어디선가 나타나서

애절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두부 한 덩이를 던져주면 냅다 잘도 받아 먹는다.

 

 

 

 

 

 

 

 

우리를 함구미로 데려다 줄 좌수영 1호가 도착하고 ..

봄꽃이 만발하는 계절인데도 오후 시간 이라서 승객이 많지 않다.

세월호 사고 이후  연안 여객선을 탑승할 떄도 인적사항을 체크하는건 일상이 되었다.

신분증이 없으면 탑승 불가..

 

 

 

 

 

 

 

 

참 여유롭다..

 

 

 

 

 

 

 

 

옥색 물빛은 참 곱다.

연안 포구에 이런 색깔의 바다는 참 보기 드문데..

하얀 포말을 뿜으며 배는 떠나고.. 

 

 

 

 

 

 

 

 

주말, 흐림을 예보 하였던 날씨는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짙은 구름으로 하늘을 덮어 출발선에 서 있는 마음을 좀 심란하게 한다.

하지만 본디 여행이란 날씨가 좋을 수만은 없는 법.

 

 

 

 

 

 

 

 

 

 

 

 

 

 

 

 

함구미에 내려 비렁길 1구간 (함구미 ~ 두포)을 걸어 올랐다.

금오도의 해안을 따라 기암절벽을 끼고 걷는 비렁길..

요즘 전국의 모든 자치단체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둘레길을 만들어낸 덕에,

바다를  끼고 걷는 둘레길도 제법 많이 생겨났다.

여수만 해도 금오도 비렁길, 하화도 꽃섬길, 돌산 갯갓길.. 등등..

걸어 본 바로는 그 중 으뜸은 단연 금오도 비렁길인듯.

절벽의 순 우리말인 벼랑을 여수식 사투리로 비렁이라 하는데 이 비렁에서 길 이름을 따왔단다..

참 토속적이고 정감 넘치는 아름다운 이름이다.

이 길은 예전엔 주민들이 땔감과 낚시를 위해 걷던 해안길이었다.

한가하던 이 길이 개방되면서 주민들은 어떤 이익이 생겼을까.

오히려 번잡하고 넘쳐나는 쓰레기에 편안했던 일상이 무너져 버린건 아닌지..

방풍나물 몇 봉다리와 막걸리 몇 병 팔아 전체 주민의 경제 사정은 또 얼마나 나아졌을지..

 

 

 

 

 

 

 

 

 

1구간부터 5구간 까지 모두 완주할 경우

섬의 북서쪽인 함구미에서 남동쪽인 장지마을까지 18.5km의 이 길은 8시간 정도 걸어야 하지만

걷는 거리에 비해 경사는 완만해서 어린이나 어르신들도 걸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섬의 일상을 기웃거리기도 하고 갯바위에 붙어 낚시에 열심인 조사들을 바라보기도 하려면

하루를 쉬어가는 것도 괜찮은 생각이겠다..

관광을 목적으로 왔지만,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부산 (금오도의 제일봉)을 올라보는 것도 좋겠다.

이 대부산에 올라 바라보는 경관은 비렁길을 걸으며 보는 바다 풍경과는 또 사뭇 다르다..

 

 

 

 

 

 

 

 

미역널방에서..

미역을 널어놓은 바위같다는 뜻인지..

 

 

 

 

 

 

 

 

 

 

 

 

 

 

 

 

 

 

 

 

 

 

 

 

 

 

 

 

 

 

 

 

 

 

 

 

 

 

 

 

 

 

 

 

 

 

 

 

 

 

 

 

 

아래... '초분'을 지나며..

초분이란 옛날 장례 방식 중의 하나로,

사람이 죽으면 땅을 파서 매장하는 것이 아니라

널찍한 바위에 주검을 올려 놓고 그 위에 짚으로 초가 지붕을 얹어 약 삼년 정도 두는 장례 풍습으로 

상주는 그 초분 옆에서 부모의 탈상을 지켜 낸 다음 그 후에 뼈를 수습하여 봉분에 모시는 관습이라 한다.

현재 여수 인근에 초분이 세개 정도 존재 한다고 한다.

 

 

 

 

 

 

 

 

대부산 능선 위로 짙은 구름이 걷히더니 파란 하늘이 얼굴을 내민다.

내심, 저녁에 비라도 내리지 않을까 했던 걱정은 모두 덜었다.

 

 

 

 

 

 

 

 

 

 

 

 

 

 

 

 

 

 

 

 

 

 

 

 

 

 

함구미에서 한 시간 반쯤 걸었을까..

오늘 숙영지인 신선대에 도착..

이미 한 분의 캠퍼가 자리를 잡고 편한 자세로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갖춰진 캠핑장이 아니라면 숙영지를 찾는 일은 여행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사항일 것이다.

물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하고 넓고 편한 몇 동의 탠트를 설치할 수 있는가 등등..

오는 길에 샘터가 하나 있기는 했지만 그 물을 믿고 왔더라면 낭패를 볼 수 도 있었다.

가뭄에 말라 샘터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그랬더라도 크게 걱정할 일이 없는 이유는, 멀지 않은 거리에 드문드문 민가들이 있어

물 동냥으로 쉽게 해결 될 수도 있어 보인다..  

 

 

 

 

 

 

 

 

신선대 바위 옆에 흙으로 닦인 좋은 터가 있는데, 어떤이들은 묘자리 라는게 마음에 걸릴 수도 있겠지만

원래 묘자리가 풍수지리상 길지임에 틀림없기에 

그 터의 본디 주인이신 봉분에 소주 한 잔을 올리고 하루 쉬었다 가겠노라 허락을 받는 것도 예의다.

서쪽으로 붉게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저녁 식사와 한 잔 술을 마시니

이 또한 신선 놀음이 아닌가 싶다.

 

 

 

 

 

 

 

짙은 구름이 별괘적을 방해 하였지만 일찍 잠들기에는 맑게 개어준 하늘이 너무 고마워

그 사이로 잠깐씩 나오는 별들과 잠시 노닥거리다 잠시 전방을 바라본다.,

바다 건너 저 멀리 개도에 아직 잠들지 못한 불빛들이 반짝이는데,

막걸리로 유명한 개도도 조만간 가기로 점찍어 둔 섬야영지 후보다..

 

 

 

 

 

 

 

 

 

야영지 에서의 아침은 언제나 습관처럼 일찍 일어난다..

더구나 몰려들 비렁길 트레커를 피하려면 좀 서둘러야겠다.

누룽지가 끓는 사이 홍어 잡탕국을 끓여 어제 남은 술 한 잔과 곁들이니 

이도 또한 별미 중의 별미라..

야영 중에 저녁 먹거리는 잘 갖춰진 레시피에 따라 그런대로 품위를 지켜내지만

아침 식사는 대부분 남은 찌개며 고기 그리고 남은 밑반찬들이 한 코펠 속으로 들어가 맛난 잡탕국을 끓여 내는 법.

눈꼽만 떼고 헝클어진 머리칼을 하고 앉아 있는 모습과도 잘 어울리는 조합인듯.. 

 

 

 

 

 

 

 

 

 

밤새 잘 지낸 숙영지는 아니 다녀온듯 깨끗하게 정리하고

직포를 향해 다시 출발..

 

 

 

 

 

 

 

 

삼십여분 걸으면 1코스의 종점이자 2코스의 시작점인.. 두포..

해안선이 마을을 U자로 감싸고 있어 어지간한 태풍이나 해일에도 끄떡없겠다.

파고가 높지 않으니 자연스레 멀리서 보면 이끼같은 파래가 바위마다 척척 걸려 자라고 있어도

누구하나 거둘 생각이 없는지 해안은 온통 녹색으로 가득하다.

 

 

 

 

 

 

 

 

다 이유가 있었네..

내려와 보니 상품성이 좀 떨어진, 여기 섬 사람들은 먹지도 않는 거친 파래..

그래도 이거라도 김발에 잘 널어 말리면 맛난 파래김이 될 것도 같은데..

 

 

 

 

 

 

 

 

 

 

 

 

 

 

 

 

 

두포를 출발해서 2구간 직포를 향해 걷는다.

여수시의 시화인 동백꽃이 비렁길을 걷는 내내 터널을 이루어 곱게 피어 있다.

 

 

 

 

 

 

 

 

아무리 포근해 보여도 바다는 바다..

거친 바람을 견뎌 줄 지붕을 만들기 위해 굵은 줄로 엮고 커다란 돌로 걸고.

담장 또한 바람을 막기 위해 밭에서 구르던 잔돌들로 얼기설기 쌓아낸 것이 

촌로의 거친 손과 깊게 패인 주름, 그리고 힘든 일상에 지친 깊은 한숨을 생각케 한다..

 

 

 

 

 

 

 

 

 

 

 

 

 

 

 

 

 

아래..

저 멀리 비렁길 2코스 종점인 직포항이 보인다.

 

 

 

 

 

 

 

 

직포 가기 전.

촛대바위..

전혀 촛대와는 상관없어 보이는 길게 솟은 바위..

봄은 봄인가보다.

길 가장자리엔 연두색 파릇파릇 푸른 새싹이 돋기 시작했네.. 

 

 

 

 

 

 

 

 

금오도의 특산물.. 방풍나물..

풍을 예방해 준다 하여 그 이름이 붙었다는데.

원래는 금오도가 산지는 아니지만 몸에 좋다는 말에 좀 심었던 것이 널리 퍼지고 금오도의 명물이 되었단다.

지나는 마을마다 작은 주막들이 있는데, 그런 연유로 해물방풍파전은 필수 메뉴가 되었다.

요즘 제철을 맞아 봉지 하나에 삼천원.. 살짝 데쳐서 된장에 무치면 별미.. 

섬 어디를 가나 기울어진 비탈이건 자갈을 걷어낸 손바닥만한 툇밭이건

주민들의 수고로 가꾼 방풍나물이 지천으로 자라고 있었다. 

 

 

 

 

 

 

 

 

 

금오도 비렁길 2구간 종점이자 3구간 시작점..

이틀간의 비렁길 트래킹의 종점인 직포항에서..

 

 

 

 

 

 

 

 

 

 

 

 

 

 

 

 

 

 

 

 

 

 

 

 

 

 

 

 

 

 

 

 

 

 

 

작은 포구의 낮설지 않은 풍경에서

마음의 평온을 찾고 여행의 이유를 배워 간다..

우리 이웃의 소소한 일상이 내게도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 일인가를..

 

 

 

 

 

 

 

 

 

 

 

 

 

 

 

 

 

 

 

 

 

 

 

 

 

 

집에 돌아간 후, 다시 시작된 다람쥐 챗바퀴돌 듯한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추억과 설레임이 뒤엉켜, 어딘가가 될 다음 여행지를 그려보겠지..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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