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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Backpacking

소매물도 Backpacking

소매물도 Backpacking 

 

 

 

 

 

일   시 :  2015년 6월 6일 ~ 7일 (1박2일)

숙영지 : 통영시 소매물도

코   스 : 선착장 - 망태봉 - 등대섬 - 매물도관세역사관(박) - 공룡바위 - 남매바위 - 후박나무군락지 - 선착장 

 

 

 

 

 

 

 

 

 

왜일까..

듣도 보도 못한 중동호흡기증후군으로 온 나라가 벌집 쑤신 듯 난리통 인데도

애들 걱정을 뒤로하고 섬으로 가겠다고 꾸역꾸역 집을 나선건.

그냥 좋아서 라고 이유를 대기에는 뭔가 부족한, 아마 나도 잘 모르는 뭔가가 있을거다.

하지만 전혀 걱정이 없는건 아니라서 섬으로 향한 마음이 조금은 무겁다.

남도는 그나마 메르스가 기승을 부리지 않아 공포심이 덜 하다지만

그래도 외지 사람이 많이 모이는 여객선터미널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간간히 보여

맨 얼굴을 드러내 놓고 있으려니 찜찜한 마음까지 숨기는건 아니다 싶어

슬쩍 마스크를 꺼내 입을 막아본다.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통영을 출발한 배는 모래사장이 아름다운 비진도를 경유하고.

 

 

 

 

 

 

 

 

 

 

 

 

 

 

 

 

한려해상국립공원 남단, 거제도에서 10km 그리고 통영 동남쪽으로 26km 떨어진 외딴 섬..

통영에서 1시간 20분, 거제 저구항에서는 30~40분 이면 도착할 수 있으니 가까운 거리이고

이 정도는 내항이라 할 수 있어 어지간한 날씨에는 배편이 끊기지 않는

여행지로서 최고의 지리적 조건을 갖추었다 할 수 있겠다.

 

 

 

 

 

 

 

 

통상 '대'자가 들어가면 우두머리를 연상하는 어줍잖은 고정관념은 매물도 서열에서부터 깨지기 시작한다.

의외로 본섬은 대매물도가 아닌 소매물도란다.

대매물도 홍도 등대섬 대구을비도 소구을비도 등이 모두 딸린 섬이라니.

치마폭만한 피때기 밭농사와 더불어 미역등 해산물을 뜯어 생업을 삼고 있다는 점에서

약 20여 가구의 주민들의 삶은 여느 섬들과 별반 다름이 없다..

 

 

 

 

 

 

 

 

파란 하늘과 검푸른 바다가 대비되는 대매물도. 

몇 걸음이면 정상에 닿을 것 같은, 말라버린 할매 젓가슴만한 작은 동산을 좌우로 끼고서, 

어지간한 파도도 쉽게 뛰어 넘을 만큼 작고 야트막한 대항마을.. 

소금기로 만들어낸 하얀 포말로 이 그림같이 예쁘고 조용한 섬에 작은 흔적을 남겨본다.

 

 

 

 

 

 

 

 

 

 

 

 

 

 

 

 

 

소매물도 선착장..

뭍에서 온 손님을 먼저 반기는 건 다름아닌 해삼 멍개 소라 문어 꾸적 등등의 해산물..

인근 연안 해역 청정수가 키워낸 싱싱한 작황은, 바쁠 것 없는 행락객들의 발걸음을 여지없이 붙들어매고.  

특히 외지인들이 밀려드는 주말에는 한결 더 바빠진 할매는 하늘 한번 쳐다볼 짬도 없이

부지런히 손을 놀려 회 한 접시 정도야 눈깜짝할 사이에 내어놓는다.

'이게 다 이 섬 앞바다에서 잡은걸까' 하는 헛생각은 외지인 각자의 몫..

 

 

 

 

 

 

 

 

별미를 자랑하는 내노라하는 맛집들은 대개 메뉴가 하나라는 점.

대단한 맛집이라 하기는 분명 함량 미달이지만, 소매물도 노상 횟집 역시 손님은 메뉴를 선택할 권리가 없다.

간단히 해를 가릴 수 있는 빨간 천막 아래 나무 탁자에 그냥 가만히 앉아 있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플라스틱 접시에 금새 한 접시의 회가 썰어져 나온다.. 

좀 더 예쁜 접시와 정갈한 셋팅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아쉽기 그지 없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물빠짐 좋고 던져도 깨지지 않는 플라스틱이 제격이리라.

술과 초장은 별매품.. 수퍼에서 직접 구매해 와야 한다.

엄청난 인파가 몰려드는 소매물도에 나름 시행착오를 거치며 터득한 장사 노하우라 하겠지만,

보통의 작은 섬에서 느끼는 정겹고 투박한 사람 냄새나는 그런 풍경을 기대했다면 애시당초 접는게 좋겠다. 

 

 

 

 

 

 

 

 

역시 산행의 시작은 막걸뤼..

약간의 취기에 더욱 버거워진 배낭의 무게는 깊은 숨 한 자락으로 짊어지고..

'바다백리길' 선착장 뒤편의 비탈진 산길을 오르면 마을을 관통하여 망태봉에 닿는다.

저멀리 바다 한 가운데 바위 몇 덩이 우뚝, 무심한 '가래여'옆으로 여객선은 긴 꼬리를 흔들며 어디로 가는 것일까..

그 깊이를 가늠하기 조차 힘든 깊고 푸른 바다에 발을 담그고

태고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을 법한, 이름도 없이 수만년을 살았을 작은섬..

헤아릴 수 없는 풍파를 견뎌낸 그 거친 피부에 경외감마저 든다.

섬 노인들의 투박한 손마디에서 이 가래여의 모습이 스치는건 어줍잖은 감성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저 위에서 비박하면 지금 단속합니데이.. 방 하나 밖에 안 남았으니 일로 들오소.. "

큰 배낭메고 오르는 우리를 내내 살펴보는 눈이 있어 괜히 신경쓰였었는데..

팬션 주인장의 걱정인지 장삿속인지, 인터넷에 떠돌던 말을 그대로 듣고나니 헛웃음이 실실..

하기사, 여긴 해상국립공원지역..

아무데서나 텐트치고 취사하면 범칙금이 날아든다.. 

 

 

 

 

 

 

 

 

소매물도는 워낙 작은 섬이라서 선착장에서 등대섬까지 고작 2km내외.

아저씨들 뒷짐 걸음으로, 아줌마 수다 걸음으로 세월아 네월아 걸어서

등대섬 갔다 사진찍고 선착장까지 되돌아오는데 서너시간이면 충분하다.

그러니, 멀리 펼쳐지는 망망대해를 바라보고 가슴 한 번 활짝 펴서 뭉친 것 다 풀어내고 돌아올 일이다..

 

 

 

 

 

 

 

 

동쪽의 등대섬과는 하루 두 번 물이 들고 남에 따라 80여m의 열목개 자갈길로 연결 되었다가

다시 나뉘곤 하므로 물때를 잘 알고 가야 섬에 갇히는 일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물길이 닫히고 못 나간 사람들이 있다면 힘든건 등대 관리인도 마찬가지 이기에 

시간이 되면 관리인이 알아서 내쫒아주니 사실 갇힐 걱정은 없다.

 

 

 

 

 

 

 

 

등대섬에서 바라본 망태봉.

정면의 하얀 직벽 아래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고 걸으니,

그제서야 여기저기 그림같은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국가 명승지 18호로 지정된 소매물도 등대.

비취빛 바다와 초원 위의 하얀 등대.. 거기다 투명한 하늘..

은은한 노을과 찬란한 일출.. 섬 주변의 기기묘묘한 갯바위까지.

가만 생각해 보면, 살아가면서 가보고 싶다고 쉽게 떠나볼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되던가..

그러고 보면 머나 먼 외국의 절경도 좋지만 가까운 우리나라 멋진 여행지, 특히 소매물도.. 

일상이 힘든 도시인에겐 항상 꿈꿔 왔던 그런 파라다이스가 아닐까. 

 

 

 

 

 

 

 

 

등대섬의 풍경은 마치 제주도 오름에 올라온 듯 ..

이 푸른 풀밭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뛰어보고 싶었으나,

독사가 많다는 팻말에 화들짝 발이 먼저 반응한다.,

난 세상에서 뱀이 제일 무서워.

 

 

 

 

 

 

 

 

 

 

 

 

 

 

 

 

 

 

 

 

 

 

 

 

 

 

등대섬 야경.

많은 사람들이 이국적인 풍광을 자랑하는 등대섬을 보기 위해서 소매물도를 찾는다.

이 등대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이 뱃길을 열기 위해 세운 것이다.

밀물때는 독립된 섬으로 썰물때는 자갈밭길로 이어지는 등대섬의 절경은 해금강에 비유되기도,.

칠흙같이 어두운 밤바다에 한줄기 생명 빛을 보내며 수채화처럼 은은하게 등대섬을 밝힌다.

아래 불 켜진 건물은 항로 표지 관리소.

 

 

 

 

 

 

 

 

독사가 많으니 조심하라는 팻말이 섬 여기저기에 있어 설영지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풀밭은 독사 뿐 아니라 진드기 등살에 아무데나 자리를 펴는게 엄두가 나질 않는다.

그나마 망태봉 정상에 자리한 '매물도관세역사관'에 데크가 있어 그 위에 자리를 잡는다.

다만 데크가 산책로라서 아침에 늦잠은 잘 수 없다는 점.

새벽형 인간들의 쿵쾅거리는 발소리와 텐트가 이쁘다는 둥, 여기서 자면 정말 좋겠다는 둥..

텐트에 손을 짚고 기대서 사진을 찍는 사람 등등.. 

덕분에 일출 시간에 맞춰 눈은 떴으나.. 

 

 

 

 

 

 

 

 

 

 

 

 

 

 

 

 

 

예보가 좋지 않아 일출을 전혀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왠일로 동쪽 하늘이 붉게 타 오른다..

하지만, 이 모습이 처음이자 마지막 일출..

이 정도라도 보여주는 것에 감사하자.

 

 

 

 

 

 

 

 

여섯개의 바위로 이루어진 여명의 대구을비도 전경.

 

 

 

 

 

 

 

 

매물도관세역사관

1970~80 년대에 남해안으로 몰려드는 밀수선을 감시하던 곳으로 

역사관으로 바뀌었다가 최근에 폐쇄되었다.

 

 

 

 

 

 

 

 


 

 

 

 

 

 

 

 

공룡의 머리를 닮은 공룡바위.

등대섬에서 보면 영락없는 공룡의 두상을 닮았다.

 

 

 

 

 

 

 

 

 

 

 

 

 

 

 

병풍바위.

 

 

 

 

 

 

 

 

 

 

 

 

 

 

 

 

 

수직으로 깍인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직벽에 파도는 부딪치며 하얀 포말을 만들고.. 

 

 

 

 

 

 

 

 

 

 

 

 

 

 

 

 

 

 

 

 

 

 

 

 

 

 

낚시 마니아에게 이곳은 천국과도 같은 섬.

광어, 돌돔, 볼락 등 고급어종이 잡히는 등대섬과 소매물도 주변은 낚시 포인트가 많아

갯바위에 텐트를 치고 낚시에 전념인 조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내가 소싯적 한 낚시할 적에 1m가 넘는 민어를 잡았다해도 아무도 믿어주는 사람 없었으니

저 아래 눈에 불을 켜고 바다를 노려보는 낚싯꾼들도 주변엔 이미 뻥쟁이로 통할 것은 자명한 일..

'낚시 폐인'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하지만, 나에겐 담배끊기 만큼 쉬웠던 낚시끊기..

지금 생각해도 낚시를 그만 둔 건 참 다행이야.   

 

 

 

 

 

 

 

 

해수면을 불쑥 솟아오른 거대한 바위들이 옹기종기 서있는 모습을 잘 보기 위해서는

배를타고 섬전체를 돌아보는 것도 여행의 백미 일건데..

하지만 욕심은 여기까지..

 

 

 

 

 

 

 

 

하산은 어제와 달리 우측 남매바위 쪽 산길로 걷는다.

전형적인 숲길로 마을 비탈길보다 거리가 좀 더 멀고 시간이 걸리지만 섬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다.

 

 

 

 

 

 

 

 

이름난 섬답게 찾는 이가 많다.

하지만 군데군데 날리는 휴지며 페트병들.

마시던 물병을 아무 곳이나 툭 던져버릴 수 있다니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 

최소한의 산행 에티켓 이라도 지키면 얼마나 좋을까.

 

 

 

 

 

 

 

 

 

 

 

 

 

 

 

 

 

 

 

 

 

 

 

 

 

 

돌아오는 배 안.

창 밖의 파란 하늘은 유난히도 고운데..

달갑지 않은 메르스라도 휘감아 얼른 데려가렴.. 

섬 비박 좀 맘놓고 갈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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