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리산방

지리산 동부 능선

 지리산 동부 능선 (중봉은 하늘의 뜻, 한판골 코스)

 

일시 : 2009년 7월 19일 (일요일)

코스 : 유평리- 한판골-무재치기폭포-치밭목산장- 써리봉 - 중봉 (원점회기)

거리 : 18.2km (9시간)

 

일기예보상으로는 오전에 비오다 오후에 개일거라고

산에 올라도 쫌만 비맞고 걷다보면, 오후에는 발아래 구름 깔고 동부능선을 실컷 볼 수 있을 거라고

혼이 실린 작품 하나 쯤은 건질거라고

그리 믿고 싶었겠지요.

 

비는 계속해서 내립니다.

시꺼먼 구름은 광속으로 내달립니다. 

"어쩌까, 차에서 아침 묵고 집에 가까?"

"여기 까지 온거이 너무 아깝다 응?"

"밥묵고 생각 하드라고!"

이른 새벽, 차 안에서 불쌍한 아침을 해결 하는 사이, 하늘이 깜쪽같이 벌어집니다.

이는 하늘의 뜻이라 얼른 올라가야 합니다. 맘 변하기 전에

그 뒷 일도 하늘의 뜻입니다.

그리 믿고 싶었겠지요.

  

 

들머리에 들어서자마자

하늘이 구멍났습니다.

한판골의 수량이 만만치 않습니다.

 

 

갈까 말까 하며 빗속을 오르다 보니

걸음이 천근만근입니다.

그래도 계곡은 항시 그 포스로 날 반깁니다.

 

 

옆지기 힘들었는지 판초우의 벗어서 베낭에 메달고

비맞고 간다 합니다.

엔간해서는 피곤한줄 모르는, 백만번 팔굽혀펴기 밧데리를 가진 옆지기도

오늘은 힘든가 봅니다. 얼굴이 핼쑥합니다.

 

 

지리산 동부코스는 대표적으로 3개가 있습니다.

그 하나는 윗새재를 통하여 심박골을 따라 치밭목으로 하여 천왕봉 가는 길입니다.

이 코스는 천왕봉을 오르는 코스로 알려져 있으며, 별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고

비교적 한산 합니다.

 

 

또 하나의 코스는 오늘 산행 코스로서

유평리에서 한판골을 따라 올라 무재치기폭포를 경유하여 천왕봉 가는 길 입니다.

주로 천왕봉에서 하산하는 길로서, 오늘 우리처럼 역으로 오르기는 상당히 험하고 힘든 길 입니다.

 

 

유평리에서 두어시간 오르면 치맛자락두른 무재치기폭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5월에 볼 때와는 그 맛이 다릅니다.

역시 폭포는 수량이 많아야 제 포스가 납니다.

 

 

써리봉에서 능선을 보다.

이 모습도 잠시, 폭우 속에서 주변이 모두 사라지고

보이는 것은 빗줄기 뿐입니다.

 

 

우중산행은 별다른 독특한 맛이 있어요.

한번 맛들리면 자꾸가게 된답니다.

일종의 orgasmus적 경험이지요.

  

 

쫄딱 비에 젖은 운무속의 산행은

일종의 정수리로 뿜어 나오는  카타르시스입니다.

 

 

지리에서의 경험은 항시, 오가는 산악인 모두를

도인처럼 만듭니다. 힘들어서 그럴까요?

 

 

 

능선에서 건진(겨우 찍은) 사진 달랑 두 장

그래도 땀흘리고 힘들었어도, 이 모든 것이 하늘의 뜻

다음에는 하늘을 열어 보여 주겠지요?

그 것도 하늘의 뜻

 

 

'지리산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칠선계곡  (0) 2009.08.12
이끼폭포와의 조우   (0) 2009.07.28
지리산 공비토벌 루트를 가다. 1  (0) 2009.07.17
지리산 공비토벌 루트를 가다. 2  (0) 2009.07.17
지리산 계곡 탐방2 (뱀사골)  (0) 2009.07.08